들꽃이야기 39 - 참억새
들꽃이야기 39 - 참억새
  • 송만규 작가
  • 승인 2012.10.25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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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채색 40.9 x 47.9cm
남성들은 사냥을 하는 근성이 있어서 밖으로 나다니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사냥을 하기에는 가을부터 겨울 사이가 좋은데 그래서인지 이마에 느껴지는 가을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견디기 어려운 존재의 가벼움으로 몸은 참지 못한다. 하다못해 감나무 밑에 나뒹구는 낙엽이라도 밟아 본다. 그리고 잘 만나지도 않던 오래된 벗들을 떠올리곤 한다.

가을 강변길이 맑아 햇볕이 내리 쬘 때면 은빛물결은 아래로 흐르고, 은백색 억새는 푸르디 푸른 하늘을 난다. 날아오른 억새는 바람에 서걱거리며 슬피운다. 그래서 ‘아아 으악새 슬피우우니 가아을이인가아요~~’라고 구성지게 부르는가보다.

가장 인상 깊게 억새 구경을 한 곳은 천관산이다. 그리 험하지 않은 능선 길을 오르노라면 억새 군락은 지는 해에 반짝거린다. 억새 군락지로는 처음 만난 곳이라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더욱이 산 아래 펼쳐지는 다도해는 자연이 만들어낸 설치작품이다. 아니 선경이 어디 따로 있으랴! 참 아름답다.

“달빛보다 희고, 이름이 주는 느낌보다 수척하고, 하얀 망아지의 혼 같다”고 했던가. 한들한들 바람결에 흩날리면서도 다른 낙엽이 다지고 겨울이 다가올 때까지 그렇게 버티고 서 있는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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