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이야기(1)
조지 오웰 이야기(1)
  • 이홍길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문
  • 승인 2012.10.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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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길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문
조지 오웰은 짧은 식견으로 기억하기로는 ‘동물농장’과 ‘1984년’이라는 소설을 쓴 영국의 풍자 소설가에 불과했다. 그런데 금년 가을의 문턱에서 고세훈 교수가 쓴 지식인에 관한 한 보고서라는 부제를 단 ‘조지 오웰’을 읽게 되었다. 평소 지식인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많았던 필자에게 권력의 주변을 서성대는 지식인들에게라는 말로 시작하는 저자의 프롤로그는 조지 오웰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가난과 사회체제와 제국주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좌우 전체주의와 전쟁,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로 인해 독자의 의식을 흔들고 양심을 파고든다고 하는 저자의 소개말을 허투로 넘기기에는 그 진정성이 예사롭지 않은데다 말석일망정 필자도 분단 한국의 20세기와 21세기를 산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의식을 흔들고 양심을 파고드는 것을 비켜갈 수 없었다.

그가 거론하는 주제들은 조지 오웰의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모든 우리들에게도 똑같이 관심사가 된다. 가난·좌우·전쟁 그리고 자본주의·민주주의·전체주의는 오늘날까지도 한반도의 삶들을 규정하면서, 자유롭고 싶고 당당하고 싶은 모든 한국인들의 삶과 생각들을 옹색하고 또 옹졸하게 만들고 있다. 아직도 종북이냐 하는 말에 아직도 반공이냐 하는 대응이 유효하고 반미가 곧 애국이라는 쇄국적 언사가 일부 우국지사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것 또한 우리들의 희한한 현실이다.

총칼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민권을 제압하여 짝퉁 황국식민화를, 언감생심 방자하게, 해방조국에서 펼쳤던 인사가 단죄되기는커녕 가난에서 우리를 해방시킨 보은의 대상이 되고 있다하니 민주공화국으로 헌법을 만들고 건국시킨 고인들의 행사가 가소롭게 돼버린 것을 모를 정도로 우리들은 시행착오 할 밖에 없는 수준들인가?

영미귀축을 박멸하고 천황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 천황반자이를 외치면서 욱일승천기가 난분분하는 속에 죽음의 출정도 영광으로 알았던 우매한 반도신민과 그 교사자들의 패거리가 만화 속에나 나올법한 아리아공주를 모시고 마쯔리라도 꾸며 설칠 기세인데, 결코 신민이 될 수 없는 공화국민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조지 오웰의 저자는 오웰의 고발과 비판이 권력자와 가해자를 향해 있었던 반면 권력과 가해의 주변에는 늘 지식인들이 서성댔음을 말한다. 저자는 오웰의 작품이 ‘권력 언저리에서 킁킁대며 안일과 위선과 표변을 일삼는 지식인에 대한 거대한 보고서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 전환기를 기회로 보는 지식투기분자들도 적지 않지만 지식인은 그냥의 민초와 달리 시대와 사회의 제약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전환기에 그들이 겪었을 고통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제하에서 유행했던 ‘희망가’와 ‘사의 찬미’는 불행했던 지식인들의 애통하는 신음소리에 다름이 아니었다. 오웰이 관심하는 지식인은 자신을 파는 지식인이 아니었다. 그는 인생의 대부분을 학생, 노숙인, 제국경찰, 인민전선 전사, 방송진행자, 소설가로 지내면서 대체적으로 궁핍과 질병에서 오는 삶의 신산함에도 불구하고 결코 승자 진영에 편입되고자 전전긍긍하거나 안달복달하지 않았다. 그는 피해자 편에 서서 관찰하고 발언하였지만 영웅이나 지사의 면모를 과시하지 않았다.

“오웰은 가르치려 들지 않았고 설교하지 않았으며 간섭하려 하지 않았다. 시끄럽지 않고 불안한 자의 독단을 보이지 않았다”고 평자는 말한다. 오웰에게 일관된 것은 도덕적 힘이었고 그것은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가해자로서의 수치와 죄의식이 기초였는데, 그의 연민, 수치, 죄의식의 내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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