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36 - 꽈리
들꽃이야기 36 - 꽈리
  • 송만규 작가
  • 승인 2012.09.21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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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누나는 둥근 꽈리로 요술을 부리듯 ‘꽈르르’, ‘꽈르르’ 소리를 냈다. 신기한 소리에 나도 입에 넣고 오물거려 보지만 좀처럼 소리는 나지 않고 놀림만 당한다. ‘머슴애가 그런 거 가지고 놀면 고추 떨어진다.’ 누나는 나보다 열 살도 넘게 차이가 난다.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서 동생인 나를 돌보아 주었다. 그래서 지금도 어머니 같은 따뜻한 사랑을 느낀다. 꽈리소리를 내는 방법은 뒤늦게 터득했는데 꽈리를 입에 넣고 공기를 채운다음 아랫입술과 윗니로 지긋이 눌러주면 된다.

꽈리는 집 근처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받침이 자라서 동그스름한 주머니는 열매를 폭 감싸 안는다. 누나는 빨갛게 익어가는 주머니 모양이 보기 좋다고 울안에 심어 가꾸기도 했다. 이 주머니 속에 있는 열매는 감이나 포도처럼 살과 물이 많고 속에 씨가 있는 장과(漿果)인데, 둥글고 지름이 1.5센티미터 정도이면서 빨갛게 익는데 먹기도 한다. 또한 열매속의 씨앗을 깔끔하게 빼내어 꽈리를 만드는데 자칫 주둥이가 찢겨지곤 한다. 그러면 물론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 당시에야 주변의 자그마한 공간이나 돌, 풀 들 조차도 놀이터가 되고 놀이감이 되었다. 땅따먹기. 구슬치기, 자치기, 봉숭아물들이기 같은 것들을 하며 들로 산으로 그리고 동네 골목길로 뛰어다니던 시절이 그립다. 전체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는 산장(酸漿)이라 하여 해열약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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