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광기를 어쩔 것인가?
인간의 광기를 어쩔 것인가?
  • 이홍길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문
  • 승인 2012.09.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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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길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문
나주의 아동 성폭행사건에 대한 생명평화포럼의 박석률 대표의 “미안해 아빠”라는 글을 읽는다. 그는 성폭행범이 대부분 소외, 결손가정 출신인 점을 지적하면서 사후 약방문으로 호들갑을 떠는 사형부활, 불심검문 상시화 등의 주장을 우려한다. 그는 범죄의 소지 자체를 발본색원할 수 있도록 소외계층을 품어주어서 절망자들이 생산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 유대감을 살려내는 것이 보다 중요함을 지적한다. 백번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 범죄행위는 소외로 노출된 인간 광기의 발로인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인간의 역사는 개인들의 미친 짓이야 말할 것도 없고 집단들의 미친 짓도 부지기수여서 성악설이 보다 옳은 인간평가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떨칠 수 없다. 인간행위의 미친 짓 중에 집단학살보다 더한 미친 짓은 없을 것인데 나치의 만행과 일제의 생체실험은 이미 상식적 뉴스가 되버려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있다. 대신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의 폴 포트정권을 살펴보자.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주 지도자들은 소외와는 거리가 먼 파리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프란츠 파농과 사르트르와 루소를 배우면서 식민주의와 투쟁하기 위한 폭력사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그들은 귀국하여 극빈 농민가정 출신의 교육받지 못한 12세에서 14세 사이의 청소년들로 혁명군대를 조직하였다. 그들은 군인들에게 도시거주자 및 베트남계 소수민족에 대한 증오심을 주입하고 ‘살인과 전쟁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고취하기 위하여 동물을 괴롭히고 학살하는 잔인한 훈련을 시키기도 하였다.

크메르 루주는 1975년 초 수도 프놈펜을 점령하였다. 도시들은 악의 소굴로 도시민은 배신자와 불량배로 판단되어서 4백만 명이 일주일내에 모든 도시에서 추방되었다. 모택동의 추종자였던 그들은 그들의 롤모델을 능가하여 소위 배신자와 불량배를 재교육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곧바로 그들의 신질서에 적대할 수 있는 모든 부류의 주민들을 제거하기 시작하였다. 구정권때의 모든 시민들과 직업 군인들, 전지주들, 교사들, 상인들, 승려들 숙련노동자들이 제거될 부류에 속하였다. 이들은 최하층의 시민계급에 귀속되어 식량배급을 받을 권리를 포함한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였다.

이들은 즉결처분으로 총살되거나 강제노동 수용소로 보내어져 죽을 때까지 노동을 했다. 이러한 사람들이 전인구의 2/3을 넘었다. 정부는 이들을 체포 심문하고 고문하여 처형했다. 집권자에 의하면 이들은 악성병균이었기 때문에 절멸되어야 했고 여성 유아를 가리지 않았다. 도시 밖의 농민들도 화를 면하지 못해서 협동조합에 귀속된 농민들은 그들의 생산물을 모두 징발당해 양식은 관용 창고에 보관되어 임의로 처분되었다. 전인구의 1/4이 제거되었다.

미숙한 혁명정권은 그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더욱 무자비해지는 경향이 있다. 학살행위를 결연한 실천의 결의로 착각하는 집단 강박에 노출되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시리아에서도 유사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니 인간악은 과연 인간성의 본질적인 것인가 하고 차탄하게 된다.

인간악의 극단적인 것은 광기로 나타나고 광기가 응축되어 폭발하면 집단학살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답답한 마음에 광기가 파편화되어 개인에게 묻어나면 극악한 범죄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하고 자문해본다. 인간악에서 유래하는 광기를 완전 밀봉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그것을 줄이는 방법은 노출의 조건을 없애는 것으로 소외와 좌절을 치유하는 것이 그 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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