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바이오(Nano Bio) 칼럼 <1> 생물농약
나노바이오(Nano Bio) 칼럼 <1> 생물농약
  • 이재의 나노바이오연구센터 소장
  • 승인 2012.09.1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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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덴과 덴빈이 강타하면서 배 사과 등이 90% 이상 떨어져 버렸다. 농민을 힘들게 하는 것은 태풍 만이 아니다. 집중호우 뒤 끝에 반드시 따라 오는 불청객은 각종 병해충이다. 출수기에 접어든 중만생종 벼의 이삭도열병은 물론이려니와 침수지역 농작물에 번지는 흰잎마름병, 벼멸구, 흑명나방, 콩 노린재류, 고추 탄저병, 고랭지 무나 배추 무름병, 사과 갈색무늬병, 응애류, 채소 담배나방, 파방나방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병해충이 태풍 못지않게 큰 피해를 입힐 전망이다.

과거와 달리 친환경 유기농이 강조되고 있는 마당에 마구잡이로 화학농약을 사용할 수는 없다. 농약이 강해질수록 병원균도 돌연변이를 통해 농약저항성을 강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식물병이 나타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독소를 분비한다.

이런 독소가 과일이나 채소 등 농작물의 내부에 남아있으면 이를 섭취하는 사람에게도 좋을 리 없다. 최근 나오는 화학농약은 인체에 해를 적게 주도록 만든 게 대부분이다. 대부분 2~3일 혹은 1주일이면 햇빛을 받아 스스로 독성을 분해시킨다. 그렇더라도 야채나 과일에 농약이 뿌려졌다면 먹을 때 께름칙하기는 마찬가지다. 식물병 때문에 곡물 수확량이 매년 15%씩이나 감소하는 게 또 하나의 현실이다. 태풍 못지않게 병해충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물농약(Bio pesticides)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화학합성 농약 대신 천연물에서 뽑아낸 물질로 병해충을 방제하자는 것이다. 생물농약은 동물, 식물, 미생물, 광물 등 자연상태의 물질에서 농약에 버금가는 효능을 가진 성분을 뽑아내서 사용한다는 생각이다. 아직까지 화학합성물 농약에 비해 사용량이 미미하고, 방제 분야도 크게 제한돼 있다. 연구가 초기 단계이고 대량생산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화학합성 농약을 대체할 미래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생물농약의 특성은 합성농약에 비해 독성이 덜하고 적은 양으로도 효과적인 방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합성농약은 잔류성분이 자연 속에 누적돼 각종 생명체에 오랜 기간에 걸쳐 피해를 입히지만 생물농약은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물에서 뽑아낸 물질이기 때문에 완전 생분해가 되어 치명적인 환경오염 문제를 피할 수 있다. 또한 합성농약은 한번 뿌리면 인간에게 유익한 곤충, 새 등 각종 생명체에게까지 독성이 영향을 미쳐 생태계에 교란시킨다. 생물농약은 비교적 특정 생물에게만 영향을 준다는 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다.

생물농약의 대표주자는 미생물 농약이다. 미생물인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등을 자체 이용하거나 추출물을 이용해서 만든다. 세균인 바실러스균 추출물은 배추, 감자를 해충으로부터 지키는 역할을 한다. 바실러스균이 생산하는 단백질 독소가 특정 곤충의 소화기관에만 치명적인 손상을 주기 때문에 해충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할 수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 농업미생물팀은 상추 등 쌈 채소류에 큰 피해를 주는 토양전염병인 균핵병을 방제할 수 있는 친환경 미생물 제제를 개발했다. ‘바실러스 서브틸리스 M27’균은 항균물질을 생성해 균핵병균의 균사생장과 균핵발아, 균핵형성 등을 억제하며 휘발성 물질을 분비해 병원균의 생육을 완전히 억제한다.

다국적 종묘기업들 가운데는 아예 식물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병균에 저항성을 갖거나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종자를 개발하여 큰돈을 버는 기업도 많다. 식물생장조절 물질과 같이 식물의 생장과 씨받이를 방해하는 물질이나 페로몬처럼 곤충을 유인하거나 기피하게 하는 물질 역시 생물농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특히 토종 국산 미생물은 요즘 크게 주목받고 있다. 소, 돼지, 오리 등 건강한 가축의 장내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을 뽑아내서 생균제, 축산 악취를 줄이기 위한 사료첨가제, 기능성 유산균, 풀 사료의 품질 향상에 적합한 사료미생물도 개발하고 있다. 이런 미생물은 설사를 예방하기 위해 투약하는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고, 돼지고기 육질을 맛있게 만든다.

또한 사료 수입을 줄일 수 있고, 고품질의 기능성 우유 생산이 가능하다. 막걸리에서 분리한 효모는 항산화물질인 글루타치온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균주로써 가축의 스트레스 해소로 우유품질 향상과 사슴의 녹용 생산 증가, 고기를 저장하는 기간을 늘려주는데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대 친환경농업사업단 김인선 교수 연구팀은 콩기름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활용해 계면활성제 혹은 유화제를 만들어 친환경제제와 섞어 쓰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들 미생물은 슈도모나스속에 속하는 것으로 기름에 오염된 토양에서 분리 추출했다. 콩기름 부피의 0.3% 용량만큼 미생물을 넣고 3~5일 배양하면 콩기름이 분해되면서 물과의 경계면에 잘 달라붙고 쉽게 섞이는 성질의 보조제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친환경제제를 혼합해 작물에 살포하면 친환경제제만 사용할 때보다 훨씬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추와 대파 포장에서 진딧물 방제용 친환경제제에 보조제를 섞어 1회 처리한 결과 80% 이상의 방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이용환 교수는 사람이 먹는 비타민 B1으로 생물농약을 개발한다. 비타민 B1이 식물의 자기방어시스템 관련 유전자들을 활성화시켜 식물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인 곰팡이, 바이러스 등을 막아낸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벼와 채소작물, 단자엽, 쌍자엽 식물 모두에서 병원체 감염을 눈에 띄게 억제 시킨다. 값이 좀 비싸다는 게 아직 어려움이지만 국내 일부 기업에서 ‘비타민 농약’ 실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렇듯 생물학적인 방제 수단의 진화는 눈부시다. 특히 최근 생물공학의 발달로 각종 유용미생물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산업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분리 동정 및 대량배양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는 추세다. 곡성군 입면 광주CC 입구에 자리 잡은 ‘생물방제센터’는 전남도가 친환경농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06년도에 설립한 기관이다.

이곳에서는 농업용 미생물 연구를 통한 생물농약 개발은 물론 대량배양 설비를 구축해서 농가에 보급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은 초보단계지만 오래지 않아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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