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34 - 차풀
들꽃이야기 34 - 차풀
  • 송만규 작가
  • 승인 2012.09.06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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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채색 27.3 x 40.9cm
서재를 정리하다 ‘저 낮은 곳을 향하여’라는 사회학자 한완상의 오래 된 책을 보았다. 군부독재 시절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겪으며 청년으로서의 삶의 방식에 대해 갈등하고 분노를 견디기 어려운 시기에 읽은 책이다. 소외되고 억눌리고 탄압받는 민중들의 삶에 함께 했던 예수를 만났다. 낮은 곳을 향하여 나아가는 삶은 결국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일게다.

높고 넓은 곳에서 몇 몇이 맘껏 누리는 것 보다 여럿이 함께 일궈 내는 대동 사회을 이루는 것은 자연의 현상이지만 인간에게는 바램인가보다.

노자(老子)는 ‘최상의 선(善)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으며, 뭇사람들이 좋아 하지 않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므로 도(道)에 가깝다.’라고 하였다. 나는 이런 물의 속성(屬性)이 좋다. 섬진강을 떠나지 못하는 것도 물이 있어서 그런 것인가 보다.

이른 아침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며 산책하다가 문뜩 차풀이 눈에 들어온다. 이 길을 수없이 다녔건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산과 들에 흔히 자라는 풀로 옛날에는 말려서 차로 끓여 마셨고, 또한 깨알같이 작고 윤채가 나는 검정색 씨앗은 볶아서 차로 끓여 먹었기에 차풀이라고 불렀는데 맛은 쌉쌀하고 맹맹하다. 차풀은 쓰임새가 많고 어린 자귀나무처럼 잎 모양이 참하게 가지런히 자라 ‘며느리감나물’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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