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휘국 광주시교육감, ‘學暴’ 기재 오락가락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學暴’ 기재 오락가락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08.30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인권회의, 인권도시 광주에서 인권 사라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학교폭력 기록의 생활기록부 기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14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광주인권회의는 교과부가 특별감사를 하겠다고 운을 떼자마자, 광주시교육청이 이 제도의 핵심대상인 고3학생, 전출학생만큼은 반드시 기록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고 비난했다.

이에따라 지난달 29일 광주인권위 사무실앞에서 이러한 광주시교육청의 인권침해에 대해 고발 및 기자회견을 가진 광주인권회의는 광주인권위원회에 학생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할 우려가 큰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하고, 광주지역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기록의 학생생활기록부 기재’ 시행을 중단할 것을 권고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광주인권회의는 경기, 강원, 전북교육청은 특별감사를 감수하면서 교과부의 반인권적 지침에 맞서는 기자회견을 여는 것과 대조적으로 인권도시인 광주에서 오히려 인권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일을 시교육청이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광주학생인권조례가 잘 정착되길 바라면서 교과부의 심각한 인권침해 지침을 그대로 따르라는 광주시교육청의 모순적인 행정에 대해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과부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의 하나로 가해학생의 학교폭력 관련 징계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이를 초중등학교의 경우 5년, 고등학교의 경우 10년간 보존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한 것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올해 초 교과부의 지침을 거부하고 기록을 유보토록 각급 학교에 전달했다가 7월에는 교과부 지침을 그대로 각급 학교에 전달한 바 있다. 또 8월 3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정책' 수립을 교과부에 권고하자 교육청은 다시 추후 방침 확정 때까지 기재를 보류할 것을 통보했다가 교과부가 특별감사를 내세우자 현재 '고등학교 3학년만 기재'라고 입장을 바꾼 상태다.
즉 장 교육감이 오락가락하는 지침을 시달하고 있어 소신이 없는 교육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학교폭력 기록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제도가 생활기록부 작성의 취지, 형의 실효에 관한 법률 규정보다 훨씬 강화된 내용, 인권침해에 대한 주의의무 등을 무시하고 있어 인권적, 교육적 측면에서 커다란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만큼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학생의 성장 과정에 대한 기록인 학교생활기록부의 취지에 위배된다. 교육은 학생의 성장을 돕는 일이다. 학교생활기록부는 교육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학생이 어떻게 성장해가고 있는지를 기록하고 교사와 학교가 학생의 성장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그렇다면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기록되고 관리되어야 하며, 그 정보는 애초 목표 이외에 전용되는 않도록 안전하게 보관되어야 마땅하다. 반면, 교과부의 개정「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은 학생 관리와 통제를 목적으로 학교생활기록과 입시를 연계, 이용하려는 것인 만큼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일 뿐 아니라 학생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둘째, 학교폭력 기록을 장기간 보존하는 것은 우리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보장되어야 할 학생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정보결정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장기간 따라다니게 될 조치 사항(일종의 징계 경력)은 그 낙인 효과로 인하여 가해학생의 교육적 변화를 이끌기보다 도리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마저 포기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개인정보보호법’에 서는 범죄경력의 기록, 보유, 이용 등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경우에 한하여 수사기관 외부에서 조회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전과기록의 말소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서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경우는 형집행 종료 후 5년, 벌금의 경우는 2년의 기간이 지나면 해당 내용을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소년범의 경우 수사경력 자료의 보존기간을 성인에 비해 짧게 규정하고 있고, ‘소년법’ 역시 소년원 경력의 공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폭력 사안으로 인한 징계벌을 받은 학생의 기록이 형벌보다 더 오랜 기간 보존되고 장래에 큰 불이익을 미칠 수 있도록 공개, 이용하는 것은 법적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셋째, 학교폭력예방법에 명시된 인권 침해에 대한 주의 의무를 위배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는 학교폭력 관련 대책이 학생의 선도․교육을 목표로 하여야 하며, 같은 법 제3조(해석․적용의 주의 의무)는 이 법을 해석․적용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없도록 주의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같은 법 제21조(비밀누설금지 등)에서는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 또는 관련 자료를 누설하여서는 아니되며, 이 법의 시행령 제33조(비밀의 범위)에서는 학교폭력 피해․가해 학생의 이름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과부가 법률도 아닌 훈령을 개정하여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장기간 기록, 보존토록 한 것은 학교폭력대책법 상 명시된 인권침해 주의 의무와 비밀 누설금지 의무를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결정으로 처벌을 받은 학생에게 장래와 관련된 추가적인 불이익까지 주는 것은 헌법상 금지된 이중처벌에 해당한다. 그렇다 보니 가해학생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조치사항을 교육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게 되고, 심지어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자퇴와 전학을 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넷째, 학교폭력 문제는 학생의 성찰, 회복과 복귀를 목표로 다루어져야 한다. 학교폭력의 문제는 가해학생 개인의 잘못으로부터 비롯된 문제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되며, 가해와 피해가 자리바꿈을 하면서 되풀이되는 특성을 고려해서도 학교 전 반의 교육적 풍토와 문화를 바꾸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해결이 가능하다. 가해학생의 책임을 묻는 경우에도 폭력에 대한 성찰, 피해학생의 고통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가해․피해학생 모두의 회복과 복귀가 수반되는 해결과 징계조치가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현재 학교폭력 처리 절차가 강한 엄벌주의로 흐르고 있는 상태에서 조치사항이 생활기록부에까지 기재될 경우 교육적, 인권적 관점에서 풀어야 할 학교폭력 문제를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과 불이익 위주로만 편중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해당 학생의 입장에서도 어차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의 조치사항이 기록으로 남을 것이기에 스스로 성찰하고 변화되어야 할 동기를 상실하게 되는 비교육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다섯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조치 과정과 수위의 법적 정당성에 비춰 학생에게 추가적 불이익까지 주는 것은 심히 가혹하다.백번 양보하여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보완조치는 취해져야 마땅하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추가적인 불이익까지 감내해야 하지만, 현재 그 판단을 내리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구성은 가해 사실에 대한 엄격한 판단과 가해학생에 대한 효과적인 조치에 대한 적합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부적합하다. 게다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의 수위는 서면 사과에서부터 퇴학까지 다양한데 반해, 가벼운 사안까지도 예외 없이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장기 보존토록 하여 입시를 비롯한 장래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가혹하기 이를 데 없다.

이와 같이 가해학생의 학교폭력 관련 징계사항을 기록·보존하는 것은 수단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을 갖추지 못하여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학생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정보결정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광주인권위원회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학생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할 우려가 큰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하고, 광주광역시교육청이 이행하고 있는 ‘학교폭력 기록의 학생생활기록부 기재’ 시행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여 주시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