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나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편집국에서>"나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08.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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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서 편집이사
85세의 어머니는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신다. 조금 큰소리로 말씀드려야 대화가 가능하다. 물론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면 웬만한 말은 알아들으시지만 쳐다보지 않을 때 보통의 목소리로 말하면 잘 들리지 않은 탓에 대답을 하지 않으신다. 나이가 드시다보니 이제 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요즘 민주통합당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한다고 시내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민주통합당 대표 등 당직자 원탁회의를 하는 장면이 TV에 나올 때면 배경으로 ‘오픈 프라이머리 1688-2000’이 눈에 띤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영어로 쓰면 Open Primary이고 우리말로는 개방형 국민경선 또는 완전국민참여경선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참여제도로 ‘모바일투표’나 ‘인터넷투표’를 이용해서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나름대로 정치에 오래 몸담고 똑똑한 분들이 만든 제도여서 그들의 일이라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이런 민주당의 모습을 보노라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어머니에게 “민주당이 오프 프라이머리를 한다네요”라고 말하면 “뭐라고”, “오픈 프라이머리요!”라고 다시 말하면 “그게 뭔데, 뭘 후라이해, 머리 파마해?”라고 대답이 나올 성 싶다. 어머니는 지금도 날마다 책상에 앉아 초등학생용 노트에 천자문 베껴 쓰기를 10년 정도 하시고 일본책을 들고 읽으시면서 우리에게 설명해주시곤 한다. 이런 분도 민주당의 오픈 프라이머리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완전국민참여경선은 허구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민주통합당이 대한민국 땅에 존재하는 정당인가를 묻고 싶다. 아무리 세계화시대라지만 우리말로도 충분히 이해하고 알아듣기 쉬운 말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오픈 프라이머리’를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마치 세계적인 정당이고 세계화시대에 어울리는 앞서가는 정당임을 과시하려는 것일까?

물론 필요에 따라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수출하는 기업이나 세계시장을 겨냥한 기업들은 회사 명칭이나 제품 명칭을 영어로 사용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기업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지나치면 볼썽사납다.

우리는 지나치게 영어식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정부의 정책이나 법령에서도 우리말로 가능한 부분을 그냥 아무런 인지 없이 우리말 영어를 쓴다. 필자가 살고 있는 광주시도 이에 못지않다.

지난해 전국을 달구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특별법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이밖에도 테크노파크, 클러스터, 허브, 힐링 등등 정부와 지자체 등이 아무런 생각 없이 쓰는 말들이다. 광주시는 광주인포메이션센터, 광주CGI센터, 5.18아카이브 등등 수없이 많다. 물론 상당수 언론도 이를 부추긴 ‘죄과’가 있다.

우리나라에 ‘국립국어원’이란 게 있다. 이곳을 잘 활용해야 한다. 선진문물을 도입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 때는 가능하면 우리말로 하면 누구든지 알아들을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정책이나 새로운 제도, 지자체의 각종 영어식 표현은 가능하면 국립국어원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지나친 영어식 우리말 사용은 문화 정치적 사대주의의 발로이다. 나는 민주통합당이 이렇게 문화 정치적 사대주의에 젖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당규 제2조에 “미래지향적 대한민국 건설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는데 그들의 미래가 사대주의인가를 묻고 싶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그들의 정당 이름도 평소에 ‘데모크라틱 유나이티드 파티’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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