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만규의 들꽃이야기 32 - 순채
송만규의 들꽃이야기 32 - 순채
  • 송만규 작가
  • 승인 2012.08.23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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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채색 53 x 34cm
나는 유년 시절 부터 10대 초반까지 소도시 변두리에서 살았다. 그곳엔 높지 않은 산이 있고 논배미나 밭두렁이 그대로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말방죽 이란 이름의 연못도 있었다. 동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으레 잠자리며 메뚜기를 잡으러 다녔다.

잡은 잠자리는 날개를 모아서 손가락 사이에 끼고, 메뚜기는 병에 담아 누가 더 많이 잡았는지 비교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작대기 하나들고 개구리와 미꾸라지를 잡으러 간다. 연못가에 서서 개구리를 발견하고 잡으려하면 물위에 떠있는 둥글둥글한 이파리 속으로 숨는다. 그러면 작대기를 물속에 넣고 휘두른다.
작대기 끝이 무언가에 걸려 버린다. 순채가 훼방을 부린 것이다. 연못에서 끌어올린 순채는 몰캉한 우무 같은 점액질에 싸여있다. 어린순을 손으로 비벼 보기도 한다. 물속에 있을 때 어린줄기와 꽃봉오리에 덮여있던 우무 같은 점질은 물위로 올라오면서 사라진다.

순채의 우무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모든 풍경은 이제 보기 쉽지 않다. 연못에는 물론 논에서도 가꾸었을 만큼 우리 곁에 가까이 있었던 식물인데 희귀식물이 되어 보존이 필요하다. 수련과에 속하는 만큼 물속에서 사는 수생식물이고 뿌리줄기는 옆으로 가지를 치면서 자라는데 잔뿌리를 많이 내리며 원줄기는 수면위로 길게 올라온다. 잎 뒷면은 자줏빛이고 어린잎은 돌돌 말려 나온다.

옛날에는 세시풍속으로 단오절(음력5월5일)이나 백중일(음력7월15일)에는 순을 채취해서 별식으로 순채국을 끓여 먹었다고 한다. 또한 잎의 순은 우무질과 함께 채취해서 이뇨제로 이용되고, 열을 내리거나 부은 것을 내려주는 해독제로 쓰인다. 이 외에 황달, 이질, 부스럼과 항암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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