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봉산 경양방죽 복원하자 5>경양지 1만6천평이 1백평 컨테이너로 변신(?)
<태봉산 경양방죽 복원하자 5>경양지 1만6천평이 1백평 컨테이너로 변신(?)
  • 전남과학대학교 교수 정건재(동양사회사전공)
  • 승인 2012.08.0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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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보문관광단지는 통일신라의 유적지와 함께 어울려 우리나라의 가장 유명한 관광단지 중의 하나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국내 관광객, 수학여행단의 기본 숙박지이라는 점에서 부가가치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보문관광단지는 인공호수를 만들어 답답한 경관을 트이게 하는 효과가 있고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또 인근에 연달아 감포관광단지와 이를 연계시킨 안동문화관광단지 등 동해안 일대를 세계적 관광단지로 만드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사료전시관으로 명맥 유지

그렇다면 이러한 경주 쪽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광주 경양지의 초라한 현실을 살펴보자.
광주시는 민선5기 강운태 시장 체제가 되면서 행복한 창조마을 만들기 운동을 벌이고 있고 정책적으로 도시 재생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 중의 하나가 ‘추억의 경양마을’ 조성사업이다. 나름대로 옛 역사·문화를 살려내는 사업을 벌인 것이다.

광주시 행복한 창조마을 만들기 도시 재생사업 대상지로 지난해 계림1동을 선정했다. 계림동에는 2억원을 지원하고 주거·문화·복지·일자리 등이 어우러진 공동체 사업이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동구는 이 지역이 저수지 ‘경양방죽’이 자리했던 곳이어서 ‘추억의 경양마을’로 이름을 붙였다.

동구는 사업추진을 위해 추억이 깃든 경양마을 만들기 주민협의회(회장 양충조)를 구성했다. 또 골목길에 정원과 담장 시화, 마을 화단 등도 만들고, 마을 주민 일자리 마련을 위해 수제공방도 건립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옛 경양방죽 터 주변의 빈집과 컨테이너 등을 활용해 경양방죽을 축소 재현한 경양마을 사료전시관을 개관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일제강점기에도 버텨냈던 광주 경양지(1만6,000평)는 오백여년 동안 세종대왕의 중농정책에 따른 백성 사랑의 큰 뜻과 함께 했었고, 다산 정약용이 찬미할 정도로 뛰어났던 역사 유적지, 즉 살아있었던 호수 경양지였다. 그게 이제는 100여평 규모의 컨테이너 구조물로 만든 ‘경영마을사료관’으로 살아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한다고나 할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고착화

정반대로 경주보문관광단지(전체 321만평)내 보문호(인공호수 50만평), 신라 민속촌(5만평)등은 사뭇 대조적이다. 중앙정부의 철저한 비호 아래, 외국 차관을 들여와서라도 아무 것도 없었던 곳에 인공호수를 만들어 낸, 실로 엄청난 이 상반된 결과를 우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것이 한 나라 안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났던 일이다. 불과 200km도 떨어지지 않은 광주와 경주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이야기인지, 딴 나라 이야기인지, 아니면 특정 지역을 차별하는 정책인지, 탄압하는 정책인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한국사회의 상징물로 화석처럼 굳어버린 일그러진 자화상이 동영상처럼 일순 머리를 스친다.

우리들 대한민국 사회의 상반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명백한 증거로, 1995년에 발행된 <한국세계백과대사전>(전30권,동서문화)에, 광주 ‘경양지’는 실려 있지도 않고, ‘보문단지’는 컬러 사진까지 소개되어 있다. 한쪽은 역사를 지워버렸지만, 다른 한쪽은 새역사를 창조해 놓은 결과물로 새롭게 등장한 셈이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대한민국 국사편찬위원회 공식 누리집에 들어가 보아도 ‘경양지, 경양호, 경양방죽’은 검색조차 되지 않았다. 이처럼 이미 역사 속에서 인위적으로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국가적 차원에서 강행되었던 정책의 결과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박정희 정권에 의한 배타적 지역집단주의에 입각한 호남이라는 특정지역에 대한 지역탄압 정책의 결과로서 씻을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기록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역사유적 복원 통해 민족 얼 길러야

그동안 광주 경양지와 경주보문단지를 중심으로 경양지와 태봉산 복원을 위해 몇 가지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여기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본 동경 불인지(不忍池), 중국 무석의 태호(太湖), 충남 행정도시 중앙호수 공원 등도 인공호수를 개발했거나 복원 사례를 알 수 있다.

우리들은 자연호수이거나 인공호수를 막론하고 호수는 문화를 발생시키고, 언어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사회를 구성해서 문화와 함께, 역사와 함께, 시공을 초월하여 독자적인 문화영역을 구축하고, 생사고락을 더불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역사 발전과정을 통해 알고 있다.

원래의 경양지와 태봉산의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주어야 하는 근거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경양지와 태봉산의 복원은 세종대왕이 후손에게 남겨준 조상의 빛난 얼을 되살리는 것이다.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호남의 자존심이 달려있는 일이라 하겠다.

20세기에 없애버린 역사유적을 되살리는 일은 중요한 국가적 차원의 과제이지, 결코 어느 특정지역에 국한되는 지역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두고 싶다. 따라서 대한민국 중앙정부와 광주시 당국은 경양지와 태봉산이라는 조상의 역사적 유적을 파괴한 책임의식을 갖고, 옛 모습을 되살려, 현재 진행 중인 문화수도 광주의 활력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양지와 태봉산을 되살리는 것은, 광주의 정신을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망국적 지역차별 정책에 뿌리를 박고 있는 대한민국 현대사 역사왜곡의 현장을 우리들 힘으로 바로 잡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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