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레지던시' 성공여부에 관심
비엔날레 '레지던시' 성공여부에 관심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08.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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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로 완성되는 신작시리즈 홍보 미흡

2012광주비엔날레를 40일 여 앞두고, 시민 참여 및 지역 소통을 핵심으로 하는 '레지던시(Residency)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시민들의 참여 정도에 따라 그 성공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기대된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미술가들이 광주에 상주하면서 일반 시민, 특정 공동체, 지역 작가들과 토론회 등의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광주의 지역적 맥락을 고려하여 시민참여형의 새로운 작품을 구상, 실현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비엔날레 전시를 위한 작품 제작의 개념을 넘어 광주 및 주변 지역사회에 강력한 문화적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성공적인 '작품'은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이번 기획은 그동안 비엔날레가 특정 주제에 맞는 작가들의 작품을 들여와 전시해오던 방식에서 탈피해 지역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작품을 생산하는 것에 관점을 두고 있다. 그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 지역 작가, 학생, 무속인 등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이끌어내 지역사회의 문화의식 고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따라서 국․내외 유명작가들이 광주가 안고 있는 지역적 특성 및 정신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벌여 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높이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도 증폭제가 될 가능성이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작가가 광주에 상주하면서 작품을 완성하기 때문에 운송 및 보험에 드는 비용의 절감 효과도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총 15명(팀)으로 제9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및 전시 개념에 부합하고, 도시의 맥락을 탐구하거나 지역과의 소통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로 구성됐다.
현재까지 서도호(한국), 안규철(한국), 포크롱 아나딩(필리핀)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광주에서 일부 작업을 마무리 했고, 크레이시 월시와 히로미 탱고(일본/호주), 스콧 이디(뉴질랜드) 등도 지역과의 교류를 통해 작품을 진행 중이다.

서도호 작가는 지난 7월 초와 말에 광주를 두 차례 방문해 광주 지역 대학생, 고등학생들과 함께 복합매체 설치작품인 ‘탁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광주 시내에 오랫동안 방치되거나 잊혀진 공간을 찾아 공간 전체 표면에 종이를 대고 문질러 그려내는 ‘탁본 프로젝트’는 마치 어린 시절 연필과 종이로 책상이나 동전 위의 결을 베껴내던 것처럼, 공간 전체를 색연필로 문질러 공간의 역사나 개인의 흔적을 작품에 담아낸다.
이런 과정은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잡아내기 어려운 공간의 세밀한 부분까지도 포착할 수 있게 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촉감적이고 친밀한 방식으로 공간을 이해 할 수 있게 한다. ‘탁본 프로젝트’는 구 카톨릭 대학의 기숙사, 광주 구도심의 주택, 대인시장 안의 상점에서 진행돼 관람객들에게 공개된다.
이 중 대인시장의 상점은 관람객들이 직접 탁본 과정에 참여해 색연필로 공간의 기억을 복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안규철 작가는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조각상(구름, 토끼, 불상 등)을 깨뜨려 무작위로 시민들에게 우편으로 보내고 되돌아오는 파편을 붙여 원래 형태로 만드는 작업’과 ‘그림이 그려진 소형 캔버스 200개를 시내 곳곳에 버리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신문에 분실 공고를 내고 회수해 더 큰 전체 그림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 작업을 위하여 7월말 일주일간 광주에 머물며 작품을 준비했다.
그는 먼저 조각상들을 직접 만들고 그 조각상들을 깨는 방식으로 해체했다. 파편들은 일련번호가 새겨져 광주시민들에게 개인의 기억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다시 보내달라는 안내문과 함께 발송됐다.
이후 시민들의 열망, 그리움, 잊혀진 것들이 흔적으로 남아있는 회수된 조각에는 전시 기간 동안 복원을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결합될 예정이다.
또 일부 회수되지 않는 파편들이 도시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남아서 사람들의 이야기, 상상, 기억 속을 떠도는 소문이 되는 것 또한 시민 참여와 의식 환기를 촉구하는 이 작업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의 옷가지, 사진 등을 작품에 활용하거나 지역작가 및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회 등을 마련하는 것도 전시에 활용된다. 호주와 일본 출신의 작가 크레이시 월시와 히로미 탱고는 ‘홈(Home)’이라는 설치 작품을 준비 중이다.
‘홈(Home)’은 작가와 지역 작가 및 커뮤니티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로 집의 의미에 대한 인터뷰 영상물과 집과 관련된 각종 물건들을 짜깁기해 만들어진 스크린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사람들과 주변 환경의 지속적인 관계를 표현하고자 한다. 작가는 스크린 구성을 위해 옷가지, 사진, 글, 그림 등 집에 관련된 시민들의 다양한 소지품을 모집하고 있다.

또 작가는 광주 지역 작가와 시민이 함께하는 수집된 물건들을 잇고 꿰매 대형 콜라주 스크린을 제작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비엔날레 제 2전시실에서 8월 17일과 18일, 21일부터 25일까지 총 7일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시민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한편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이 외의 작가들은 8월 중순부터 말까지 광주를 방문,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같은 시민참여형 작품구성은 결국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편물을 받아 반송하거나 길거리에서 캔버스를 챙겨두었다가 신문공고를 보고 되돌려주거나 토론회에 참여하는 등 시민들이 자발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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