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적 리더십을 기대하며
예언자적 리더십을 기대하며
  • 임 현 진 (서울대학교 교수, 사회학)
  • 승인 2012.07.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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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진 서울대 교수

한국이 ‘20-50클럽’에 가입했다고 호들갑이다. 물론 인구 5,000만 이상의 나라로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은 국가가 역사상 모두 7개국에 불과하다니 흥분할 만하다. 그러나 작금의 출산율로는 인구 5,300만 까지는 가능하지만 15년 후에는 유지하기가 어렵고, 또한 고령화 추세로 보면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3만 달러로 올려놓기도 쉽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세계경제는 위기에 놓여 있다. 이것은 불황을 넘어 장기간의 대공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유럽·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 등 신흥국들도 적어도 5년간은 저성장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종의 ‘위기의 거대폭풍’(perfect storm)이 세계를 뒤엎고 있는 것이다.

유사 구호만 요란하고, 신뢰감 주는 비전·정책은 없어

우리 경제도 엄청 어렵다. 1,000조 원 가계부채와 1,000억 달러 국가부채의 위험을 안고 있고, 계속되는 소득불평등에 따라 계층의 양극화로 인해 위아래 사이의 완충역할을 해줄 중산층은 줄어들고 있다.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낮은 성장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L자형 장기침체에 마주할 수 있다.

이처럼 미래 한국의 사활을 걸만큼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대선을 치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불과 다섯 달을 앞두고 여야 정당은 내부의 갈등으로 인해 대통령출마 후보자마저 선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세론’ 아래 정몽준, 이재오가 경선을 거부하고 김문수, 임태희, 김태호 등이 참여하는 가운데 8월 20일에 대의원·당원투표를 중심으로 후보선출을 할 예정이ek.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손학규, 정세균, 김두관 등 유력후보자들이 결선투표제 도입에 합의함에 따라 9월 23일 국민경선을 치룰 계획이다. 그러나 안철수가 출마의사를 내보임에 따라 민주통합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도 경선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제18대 대통령이 될 후보자는 세계경제의 위기아래 성장과 복지의 동반 달성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대선 후보자들은 개인의 권력동기는 강한데 국가의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의 실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행복’, ‘공평과 정의’, ‘민생과 통합’, ‘평등국가’, ‘분수경제’ 등 출마변을 담은 키워드는 나와 있지만, 그것을 어떠한 정책으로 실천하려는지 전략과 방법이 아직 제시되어 있지 않다.

“요즘 후보 이름 가리고 출마변을 들으면, 여당인지 야당인지 구분이 안 간다”라는 어느 일간지 기자의 말마따나 경제민주화는 기본이고 모두 복지와 분배 그리고 재벌개혁을 논하고 있다. 이쪽에서 한마디 하면 저쪽에서 더 보태는 방식으로 국민의 이목을 끌어들이는데 그쳐 정령 후보의 자질과 인품은 물론 비전과 정책이 무엇인지 차별화되지 않은 채 공허한 구호만 요란할 뿐이다.

우리는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혼돈과 갈등의 시기를 맞이하여 대권후보라면 적어도 시대정신에 걸맞게 체제전환을 위한 비전과 철학, 그리고 정책과 방법론을 갖고 앞길을 열어주는 튼실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을 현혹하는 일과성 쇼나 이미지 정치를 위한 정치공학으로는 현상타파가 어렵다. 우리는 기득권을 넘어설 수 있는 미래창발적 예언자(豫言者)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민주주의 심화와 평화·생존·번영을 위한 리더십을

비교지평에서 볼 때 민주화에 관한 한 한국은 성공한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제3파 민주화라는 후발주자이지만 지난 25년간 두 번에 걸친 여야 사이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주의를 절차적 수준에서 정착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자유의 집>(Freedom House)이 발표한 2011년 세계 민주주의 현황을 보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정치적 권리는 양호하지만 시민적 자유는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참여와 경쟁이 선거를 통한 대표선출로 이어지는 정치적 권리는 보호되지만, 법치가 지켜지지 않고 위축된 언론의 자유와 시민사회에 대한 위협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온전치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민주주의는 낮은 투표율에서 볼 수 있듯 일반대중의 정치 기피 혹은 혐오로 인해 그나마 지금까지의 민주주의의 성과조차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불안을 안고 있다. 민주주의의 사회경제적 기반이 취약하다. 민주화이후 참여와 경쟁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일부 계층의 이해만이 절차적 민주주의에 반영되는 한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 권리(시민권)나 경제적 급부(복지)의 확대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의 심화가 필요하다.

올해 말 대선에서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미래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체제전환에 나설 수 있는 선취적, 희생적, 통합적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글쓴이 /임현진
· 서울대 사회학과교수
· 한국정치사회학회 회장
· 아시아연구소 소장
· 저서 : <한국의 사회운동과 진보정당>
<북한의 체제전환과 사회정책의 과제>
<21세기 통일한국을 위한 모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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