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爲己)와 위인(爲人), 함께 공부해야
위기(爲己)와 위인(爲人), 함께 공부해야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2.07.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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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이사장

2500년도 넘는 오래전에 공자(孔子)는 『논어』(憲問)에서 “옛날의 학자들은 자기의 내면을 채우려는 공부를 했는데 요즘의 학자들은 남이 알아주기 위한 공부만 한다[古之學者 爲己 今之學者 爲人]”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인격을 높이고 수양을 쌓아 도(道)를 얻어내려는 공부가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면 남이 알아주도록 자기 밖의 이슈에 온 정신을 쏟는 일이 위인(爲人)이라고 정자(程子)는 해석하였습니다.

정자는 부연하여, “옛날의 학자는 자신을 위한 학문을 통해 끝내는 자기 밖의 일까지 성취하게 되지만, 지금의 학자는 남을 위한 학문만 하다가 자기 자신까지 상실하고 만다.”라고 자신의 인격수양 없이 보이기 위한 학문의 폐해가 어떤 것인가를 설명해줍니다.

다산은 그의 명저 『맹자요의』(盡心)에서 “군자(君子)의 학문은 두 분야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나는 수기(修己)이고, 둘은 치인(治人)이다. 수신은 자신을 선(善)하게 하는 일이요, 치인이란 남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을 착하게 함이란 의(義)이고 남을 사랑함은 인(仁)이 되는데, 인과 의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느 한쪽도 폐할 수 없다. 두 가지 일에서 하나만 붙잡는 것은 변통을 알지 못하는 것이니 이는 잘못이다[君子之學 不出二者 一曰修己 二曰治人 修己者所以善我也 治人者所以愛人也 善我爲義 愛人爲仁 仁義相用 不可偏廢 二者各執其一 不知變通 是其謬也]라는 멋진 판단을 내렸습니다.

공자와 다산의 학설을 합하면, 수기를 위한 학문은 위기지학이요, 치인은 위인지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생동안 인격만 수양하고 자신의 내면만 채우다가 남을 위한 사랑을 베풀지 못해서도 안 되지만, 남을 사랑하는 일만 하느라 자신의 인격수양과 내면 채우기에 등한했다면 그런 삶도 바른 삶이 아니라는 것이 다산의 뜻이었습니다.

위기지학과 위인지학을 상용(相用)하여 높은 인격과 도덕성을 지니고 남을 사랑하는 일에 매진해야만 군자의 본말(本末)이 갖추어 지노라는 주장을 폈었습니다.『목민심서』의 풀이로 보면, 위기는 율기(律己)에 해당되고 위인은 애민(愛民)에 해당되는데, 율기를 통한 애민이 정당한 길이지, 율기는 등한시하고 애민에만 치중하다보니 개인도 망가지지만 고관대작의 개인 망가짐은 국가사회의 망가짐까지 초래하게 됩니다.

정치의 계절이자 대선국면이 가까워지면서, 모두가 자신만이 가장 잘 치민할 수 있다고 나서고, 얼마큼의 위기지학이 갖춰졌고 율기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가는 말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정치의 가장 추악함이 뇌물의 수수인데, 뇌물죄로 감옥 가는 사람만 늘어나고 있을 뿐, 인격과 도덕성으로 뇌물수수는 퇴치하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리 치인의 기능에 뛰어나더라도 위기지학에 깊숙이 젖어 높은 인격과 도덕성을 지니지 못한 정치인이라면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위기지학과 위인지학에 편향성 없이 둘을 함께 갖춘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이 우리 유권자들의 남은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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