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25 - 개망초
들꽃이야기 25 - 개망초
  • 송만규 작가
  • 승인 2012.07.05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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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절에 5년 남짓 기찻길 옆에서 살았다. 기적소리와 화통에서 시꺼먼 연기를 내뿜고 달리는 증기기관차가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탄 사람들을 바라보고는 부러움과 서울에 대한 동경심을 갖으며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이사한 뒤 얼마동안은 밤이면 기차 지나가는 울림에 집이 무너질 것 같고 찢어진 문풍지가 바르르 떨리는 기적소리에 선잠을 깨곤 했었다.

그 기찻길 침목을 밟으며 학교를 오가던 아련한 기억 속에는 하얀 개망초가 함께한다. 나의 가슴팍까지, 1m 정도의 키에 매달린 꽃송이를 아무생각 없이 꺾어 노란 꽃술만 동그랗게 남을 때까지 한잎 두잎 떼어 불어 날리곤 했다.

개망초가 귀화식물로 되기까지는 뼈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1905년 11월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면서 우리의 주권은 일본에게 넘어가고, 그들은 대륙을 침략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이미 만들어진 경인선을 비롯하여 1905년에 경부선과 경의선까지도 개통시킨다.

이 때 사용된 침목은 대부분 북미에서 수입되었는데 개망초 씨앗이 침목에 묻어 들어와 철길 따라 하얀 꽃이 급격하게 번식하게 되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철길을 낼 때 이 씨앗이 퍼졌다는데 그걸 보면 개망초와 철길과는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보다. 어린잎은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고 한방에서는 말린 전초를 이뇨, 간염, 위염, 감기, 설사, 학질, 당뇨 등에 사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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