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와 국제경쟁력
영어와 국제경쟁력
  • 서의호 포스텍(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승인 2012.06.2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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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교수

지난 수년간 영어교육의 강조와 일반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찬반양론이 항상 격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학에서는 일반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벌써부터 시행되어 왔다. 전공과목을 영어로 10여 년간 강의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어 얼마나 필요한가? 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해보았다.

현재 쟁점은 크게 네 가지로 보인다. 영어가 국가경쟁력강화에 도움이 되는가?, 모든 사람이 영어를 다 잘할 필요가 있는가? 영어를 영어로 가르치는 것과 일반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게 꼭 필요한가? 외국에 자녀를 보내는 기러기가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등이다.

첫째, 우선 영어가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가 라는 문제를 살펴보자. 한국과 같이 부존자원이 적고 국토가 좁은 나라가 살길은 세계와의 무역과 교류를 통한 세계화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세계화에 있어서 영어가 필수적이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모든 분야가 그러하다.

현재 삼성, LG, 현대 와 같은 기업은 세계 어디서나 그 제품을 볼 수 있는 세계적인 기업인데 영어는 그들의 기업운영에 필수적이다. 대학도 국제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국제저널에 논문을 출판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영어논문의 중요성은 증대되고 있다. 한국에 투자한 많은 외국기업들이 한국에서 좀 더 영어가 보편화되기를 원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스포츠 스타들도 영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영어가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 영어를 필요로 하지 않고 생활하는 많은 국내인들은 어떤가? 개개인으로 볼 때 영어가 더 중요한 직업에 종사할 수도 있고 덜 중요한 직업일수도 있다. 전혀 필요없을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전체적으로 국가의 목표가 어디를 지향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자.

둘째,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모든 사람이 영어를 다 잘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자주 인용되는 국가가 필리핀과 일본이다. 필리핀은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해도 못살고 일본은 잘 못해도 잘산다는 논리이다. 영어는 국가경쟁력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필리핀 같은 나라는 영어는 잘해도 그밖에 국가인프라가 미흡하여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영어를 통해 작은 국가지만 세계로 뻗어가는 네델란드, 싱가포르, 홍콩 같은 국가는 어떠한가? 일본은 영어를 못하지만 잘산다는 논리도 옳지 않다. 일본도 영어공용화까지 거론될 정도로 영어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국가이다. 무역을 하는 일본기업인은 영어실력향상을 위해 무척노력하며 자국영어교육의 한계를 한탄하기는 우리나 마찬가지이다.

영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만 영어를 배우면 된다는 논리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 청소년시절 학생들은 영어가 필요한 직업으로 자기가 나가게 될지를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필요로 할 때 배우면 이미 늦다. 언어는 어려서 습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영어를 영어로 강의하는 것, 일반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것 등은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 최소한 영어를 영어로 강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어의 습득은 두뇌에 두개의 프로세서(processor, 언어구사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이 프로세서들은 병렬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직렬로 연결되어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번역하려면 이미 늦은 것이다.

영어로 들으면 영어로 대답하고 한국어로 들으면 한국어로 대답하는 두개의 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두개의 장치의 병렬화는 어려서부터 훈련되어야 하고 영어는 영어로 한국어는 한국어로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일반과목의 영어강의는 아마도 전부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수학, 과학 같은 과목은 많은 용어들이 다시 대학에 와서 영어로 바꾸어 공부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애를 많이 먹는 것을 보아왔다. 과목별로 영어강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기러기가정을 줄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간단하지는 않다. 기러기 가정들이 꼭 영어교육만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입식 대학입시 위주의 한국교육의 한계를 인식하고 외국으로 자녀를 보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국내영어교육이 강화되면 기러기 가정이 다소 줄겠지만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학입시 위주의 한국 중고교교육의 단조로움을 해소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 기러기 가정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외국으로 자녀를 일찍 보내는 국제 감각을 익히려는 노력은 때에 따라서는 필요할 수도 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잘 소화하려는 노력이 병행된다면 이러한 이중문화, 이중 언어 습득은 개인이나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영어로 일반과목을 강의하는 목적은 지식의 전달에 있기 보다는 지식의 토론에 있다고 본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교수가 영어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악센트가 있는 영어를 잘못 전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그룹토의를 통해 영어로 자유롭게 발표하도록 수업을 유도함으로써, 영어토의와 회화에 자신감을 갖는 데는 절대 도움이 되고 있다.

영어교육의 문제는 수십 년간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로 그 해법이 쉽지 않다.

그러나 점차 세계화로 인하여 기업, 교육, 문화, 경제, 외교 모든 분야에서 세계와 교류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이 시점에서 또한 작은 국가로서 강소국을 지향하는 한국으로서 반드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학연구원 산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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