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두 곳을 오가며 호흡하고 느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물길 따라 천천히 가다가 그 품에 다가서고 싶을 때에는 그냥 달려든다.
따가운 불볕이 머리 위로 내리 쬐이는 날, 지리산 기슭의 어느 풀밭에서 만난 꿀풀은 얼마나 싱그럽고 사랑스러운지! 정겹고 애틋함마저 느껴지는 것이 그 이름값을 하느라 그런가보다. 나의 화폭에 옮겨진 꽃이라서 더욱 반갑고 예쁘게 보이는 것 일게다.
네모진 줄기는 30센티미터나 될까하는 나지막한 키에, 졸망졸망 꽃송이들은 원기둥형의 총상꽃차례로 달려 보랏빛의 꽃 뭉치를 가분수처럼 큼지막하게 만들어 냈다. 꿀풀은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데 꽃의 모양이 입술 모양을 닮아서 순형화관(脣形和冠)이라고 부른다.
꽃이 피었을 때 식물전체나 꽃차례를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진 곳에서 말린 하고초(夏枯草)는 약용으로 쓰인다. 주로 임질, 결핵, 종기, 이뇨, 소염, 혈압강하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봄에 나는 어린 순과 잎은 샐러드로 먹거나 나물로 무쳐 먹고, 국을 끓여 먹기도 하며 허브차로도 마신다.
어린 시절 먹을거리가 흔치 않았을 때, 칡뿌리나 풀, 꽃을 씹거나 빨아 먹곤 했던 놀이가 있었는데 꿀풀도 꽃을 따서 꿀, 단맛을 빨아대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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