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야기32-발을 작게 해야 아름답다는 ‘전족’
중국이야기32-발을 작게 해야 아름답다는 ‘전족’
  •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장
  • 승인 2012.05.3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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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구 박사

해방되기 전까지만 해도 여인들을 속박했던 전족(纏足)이란 것이 있었다. 요즈음은 보이지 않지만, 6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살고 있던 중국 여자들 중에 나이 많은 사람들은 거의 전족을 하고 다녔다.
전족은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발의 발육이 시작되는 때부터 긴 천으로 발을 단단히 묶어 놓는다. 발육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다. 여자의 양발을 천으로 졸라매어 인위적으로 작고 뾰족하게 변형시켜 소위 말하는 삼촌금련(三寸金蓮)의 발을 만든다.
삼촌금련(三寸金蓮)의 출현을 초래한 심미관의 기초는 음양(陰陽)학설까지 언급된다. 심미관에 의한 작은 발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비정상적인 세태는 당시 사람들이 전족을 여성미의 필수적인 요건으로 삼은 것이다.

귀족의 상징으로 치부

전족의 모양이 연꽃과 비슷하고 또한 중국에서 ‘귀’함을 표현할 때 ‘金’자를 붙이기 좋아하는 습속에 따라 ‘금련(金蓮)’이라 부른다.
전족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하우 시대로 보는 설, 상이나 춘추전국시대로 보는 학설 또는 진시대로 보는 사람 등 여러가지 견해가 있다. 그러나 태평흥국 8년 때의 돈황 벽화를 보면 귀족 부인들의 발이 전족이 아닌 것으로 보면 그 이후에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족은 아마도 11세기쯤 생겨서 송 휘종 선화 연간에 많이 보급되었을 것으로 학계는 추정한다. 북송시대에는 전족이 그다지 유행하지 않았고, 남송에 이르러 상당히 보급되었다. 북경의 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남송 시대의 수산도와 잡극인물도에 묘사된 영인들의 발이 아주 작은 것으로 보아 이런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원 나라의 시조인 몽고인도 한족 여자의 전족을 싫어하지 않아, 남송에 비해 오히려 더 널리 보급되었다. 명 왕조 때 황궁의 여자들은 반드시 전족을 해야 했다. 이것이 또한 귀족 부인의 상징이기도 했다.
만주족은 청 왕조를 세운 뒤 처음에는 한족의 전족을 금지했다. 일반 백성들은 전족에 병적으로 집착해 강제로 금지시킬 수 없었다. “남자들의 변발은 자르지 못하게 할지언정, 여자들의 전족은 금지하지 못한다”라며 광적인 상태가 되었다.

하이힐은 현대판 전족인 셈

현대에도 전족이 있다? 바로 하이힐이다. 독일의 풍속사가 에두아르트 푹스의 역저 <풍속의 역사>에 하이힐은 17세기 프랑스에서 처음 생겼다. 당시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던 시절, 오물을 밟지 않기 위해 하이힐이 고안되었다.
하이힐을 신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여성은 한 명도 없다. 이 매혹적인 구두는 여성들에게 발가락 기형, 무릎 관절염, 요통 등의 나쁜 병치레를 한다. 그런데도 여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종아리를 가늘게 하고 허리와 가슴 선을 돋보이게 하려 하이힐을 신는다.
세계의 의학자들은 하이힐이 현대판 전족이라고 말한다. 발의 볼 부분에 모든 압력이 실려 모든 체중을 그 곳에서 지탱해야 한다. 통증은 물론 뇌수에 자극을 주어 임신율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하이힐 때문에 장애가 생긴 발을 X-ray로 살펴보면 중국 여성들의 전족한 발 모양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현대판 전족'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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