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도와 세상걷기<시즌3> 아빠 우리 또 언제 걷나요?
균도와 세상걷기<시즌3> 아빠 우리 또 언제 걷나요?
  • 이진섭
  • 승인 2012.05.24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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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균도아빠 이진섭씨의 편지

▲ 광주에서 서울까지 28일 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는 이진섭씨와 균도
사람들은 누구나 어렵다고 말을 합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보다 깊이는 잘 모르겠지만 그 발달장애인의 부모로 살아가는 것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자식의 전 생애를 지켜봐야하는 고통의 무게가 너무나 힘겹습니다. 양육의 책임을 지고 있는 엄마의 고통은 더 클 것입니다.

균도와 세상걷기는 바로 균도의 엄마에게 휴식을 주려는 배려에서 출발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가족의 이야기도 더불어 하고 싶었습니다.

균도엄마는 자식이 성년기를 시작하면서 우울증 및 기타 삶의 매너리즘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양육에 뒷전이었던 제가 얼마간의 휴식을 배려하였으나 엄마는 집을 떠난 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생 매인 몸 쉽게 털어내지 못했나 봅니다.

그래서 균도와 저는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균도와 세상걷기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균도는 자폐장애인의 특성 때문에 어느 곳에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했습니다. 집에만 있는 아이의 고통을 알기에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균도와 저는 세상걷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길은 많은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었던 시즌1에서 균도와 저는 거리에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우리의 처지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만났던 장애부모들의 사연 때문에 울었습니다. 장애가정의 문제, 장애자녀를 낳으면 힘들어서 숨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정 등등, 이러한 사연들이 쌓여가면서 균도와 세상걷기에는 많은 이의 희망이 담겨져 같습니다.

장애인 정책을 이야기할 필요성이 생긴 것입니다. 그 결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제 폐지와 발달장애인법제정이 우리 걷기의 기치가 되었습니다.

균도와 세상걷기는 시민들이 우리를 알아주기에 즐거웠고, 외롭지 않았습니다. 힘은 들었지만 발달장애인의 미래와 희망이 있었기에 우리는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600km를 걸었던 시즌1, 부산기장에서 목포를 거쳐 광주까지 600km를 걸었던 시즌2에 이어 이번에는 광주에서 전주, 대전, 청주, 수원, 인천을 거쳐 서울까지 500km를 걸어서 시즌3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시즌3까지 균도와 저는 13개월간 1,700km를 걸은 것입니다.

처음 단순한 목적으로 출발한 균도와 세상걷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리고 복지정책을 이야기하면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 사회에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슈화가 되어 정치권이 화답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제 폐지 없이는 발달장애인법은 껍데기의 법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복지예산의 확대 없는 법제정은 의미가 없습니다. 다시는 장애아를 가진 부모가 수급권을 얻기 위해 자살이라고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장애는 가정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입니다. 언제나 그늘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장애부모에게 큰 힘이 되는 세상걷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균도와 세상걷기의 작은 바람입니다. 균도가 즐거워하고, 장애가정에게 힘이 된다면 언제나 걸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균도를 나의 사랑스러운 아들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복지는 참 이상합니다. 장애인의 문제를 사회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불행이 첫 번째라고 치부하는 것이 요즘의 복지정책입니다.

장애인복지법이 신체장애인 중심으로 흘러가다보니 균도와 같은 발달장애인은 기댈 곳이 없습니다.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1급이지만 활동보조도 최하로 월60시간만 지원이 되고 있습니다. 모든 장애인정책이 발달장애인들을 다시 소외시켜 사회 속에 홀로 설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픈 현실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기대해 봅니다.

균도가 지금 이야기합니다. 아빠 우리 또 언제 걷나요?

균도와 저는 길에서 사랑을 배웁니다. 많은 연대와 관심이 우리들을 바꿔놓았습니다.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2년 5월 23일

균도아빠 이진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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