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부처님이 오신 뜻은...
2012년 부처님이 오신 뜻은...
  • 법선 문빈정사 주지
  • 승인 2012.05.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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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도 연두빛 생명의 기운이 가득합니다.
종교는 사회의 빛과 소금 그리고 목탁이 되어야 한다고 말들 하지요.
그러나 원인제공을 누가 했든 불교는 동네북이 되고 말았습니다. 단풍으로 유명하고, 가난했지만 도인들 많다던 백양사는 한 순간에 도박과 몰카 등의 추문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려서 무엇하겠습니까? 인과응보를 가르치는 불교에서 지은바대로 업을 받는 것일 테니까요.

세상의 모든 이들이 욕을 합니다. 도박에 연루된 스님들에게 돌을 던집니다. 연루된 스님들과 형제처럼 20여년을 지내온 저로서는 몇 가지 의문을 갖습니다.

백양사 관광호텔이 과연 특급호텔이고 10여만 원의 방이 로열스위트룸이 되는지? 호텔방에 몰래카메라를 전문가도 찾기 어렵게 설치한 사람이 누구인지? 찍은 사람 따로 유포한 사람 따로 폭로하는 사람 따로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의 배경은 누구인지?

각자 20~30만원의 돈을 가지고 전체 3백여만 원의 돈이 어떻게 억대도박판으로 언론에 발표되는지? 과연 시골 여관 같은 골방에서 형제같이 절친한 스님들이 모여 벌인 일들이 어떻게 언론에 일주일 넘게 대서 특필됐는지?

왕차관 박영준의 파인시티, 방통대군 최시중, 영일대군 이상득의 산 같은 부정비리 등은 눈앞에 펼쳐진 도박의 적나라한 영상으로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변명에 불과합니다. 요사이는 진보당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진보당 사람들은 우리보다 언론을 장식하지만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으니까요. 목욕탕도 산책도 가기 힘이 듭니다. 문제는 폭로와 몸살이 언제 끝날지 얼마나 갈지 모릅니다.

불교에는 발로참회(發露懺悔)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허물을 스스로 대중에게 드러내어 잘못을 시인하고 고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입니다. 그간에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종교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었던 비상식적인 일들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뿐이지요.

다시 맞이한 부처님오신 날…….
이렇게 참담하고 부끄러운 상황 속에서도 부처님은 오셨습니다. 사회의 제방에서는 인간이 소외된 정보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물질과 자본이 신(神)처럼 군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 현실과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이 소극적으로 방관해 왔던 불교계가 '부처님오신 날'이라고 해서 높은 목소리로 부처님 찬양만 한다면 사회의 빛과 소금, 목탁이 되어야 할 종교로서 직무유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차제에 불교는 한국 사회 속에서 70·80년대에 민주화와 인권, 통일문제 등에 자기 몫을 하지 못한 과오를 준엄히 반성하고 부처님 오신 참 뜻을 올바르게 인식하여 역사 사회 속에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문빈정사 주지 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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