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구 중국이야기 30 - 중국의 화장실
강원구 중국이야기 30 - 중국의 화장실
  •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 회장
  • 승인 2012.05.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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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 회장
청나라 융성시기인 1780년 사신과 동행한 박지원(朴趾源)은 중국의 변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열하일기에 '그림처럼 아름다웠다'고 찬미했다. 그는 압록강을 건너자마자 중국의 화려하고 번화한 도시 모습에 더는 베이징(北京)까지 가고픈 생각이 싹 가실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청나라의 당시 변소가 그림처럼 아름다웠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조선의 변소보다는 훨씬 깨끗하고 청결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210여 년이 지난 1990년대 한국에서 중국에 여행간 사람들은 중국의 화장실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든 공중화장실들이 너무나 더럽고 악취가 풍기기 때문이다. 심한 곳은 화장실 문 열고 일을 보거나 아예 문이 없거나 심지어 칸막이도 없는 곳이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잘해야 높이 1m 정도의 칸막이가 있어 일을 보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거나 반대로 아래쪽 1m는 뻥 뚫리고 위로만 칸막이가 있어서 얼굴을 볼 수 없으나 오히려 아래쪽을 볼 수 있어 민망하기는 그지없다. 그래도 중국인은 전혀 개의치 않고 일을 본다. 외국인이 기겁하는 장면이다.

얼마전 2008 베이징 올림픽 때의 일이다. 올림픽을 4개월 여 앞둔 시점에 베이징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화장실'이 골칫거리로 부각된 것이다. 이유는 공공 화장실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과 좌변기가 아닌 양변기를 이용해야 하는 화장실 문화가 그 이유이다. 양변기를 이용하는 것이 좌변기보다 위생적이라고 생각하는 중국인들의 생각은 외국인들에게는 불편할 뿐이다.

그에 앞서 2006년께 베이징의 그 유명한 관광지 천안문 광장 동쪽 여성 화장실이 뉴스에 올랐다. 화장실에 칸막이 벽은 물론 출입문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란히 쭈그려 앉아 용변을 보는 것이다. 더욱 난감한 것은 그 바로 앞에 사람들이 죽 늘어서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용변 보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 모두 민망할 일이다.

그런데 왜 대표적 관광지인 천안문 광장 주변 화장실에 문이 없는 것일까. 당시 뉴스를 보면 화장실 관리인은 "국경절 1주일 연휴를 맞아 천안문 광장 주변 5개 공중 화장실의 내부 문을 모두 떼어냈다"고 말했다. 이유는 "문이 달려 있으면 사람들이 꾸물대고 잘 나오지 않는다“면서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화장실 문을 발로 차는 바람에 화장실 문이 파손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사람들의 화장실 이용 시간을 줄이고,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문을 떼어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무렵 한국에 온 중국인들은 한국의 화장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코끝을 찌르는 악취 대신 향기가 솔솔 풍기고 감미로운 음악까지 흘러나오며 안방처럼 깨끗한 화장실을 보고는 중국인들은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중국인들은 더는 한국의 화장실에 감탄하지 않는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에 사는 중국인이라면 한국과 비슷한 화장실이 중국에도 이제 널려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부러움과 시샘 어린 눈으로 ‘한강의 기적’을 바라보던 때와는 천양지차다.

요즈음 중국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화장실들이 많이 있다. 대변이나 소변을 보면서도 TV를 시청할 수 있으며, 완전히 뒤 처리를 말끔히 해주는 화장실이 많이 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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