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18- 은방울꽃
들꽃이야기 18- 은방울꽃
  • 송만규 작가
  • 승인 2012.05.17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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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채색 27.3 x 40.9cm
모처럼 내린 봄비가 개고 햇살이 화사하고 눈부시다. 들떠있던 새싹들이 차분하고 진하게 다가온다. 발아래 흐르는 강물은 어제도 그랬듯이 그냥 조용히 흐르고만 있다.

저고리 단추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더욱 상쾌하게 파고든다. 강가 비스듬하게 올라가는 촉촉한 산길로 접어들자 하얀 은종들이 가녀린 꽃대에 조랑조랑 매달려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손바닥처럼 널찍한 타원형의 잎에 가리어 수줍은 듯 고개 숙인 모습이다. 비 개인 날, 맑은 호흡으로 산책하는 길에 은방울꽃을 만난 것은 참으로 행운이다. 은방울꽃은 아름다운 이름만큼이나, 아니 그보다도 생김새가 더욱 더 아름다운 꽃이 아닐까 싶다.

은방울꽃은 향수가 있기에 ‘향수란’, ‘영란’, ‘초옥란’등으로 부르기도 하고. 봄에 핀데서 ‘오월화’, 완도에서는 ‘비비추’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럽인들이 특히 은방울꽃을 좋아한다. 독일에서는 ‘5월의 작은 종’, 영국에서는 ‘계곡의 백합’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꽃이 달려있는 모습을 두고 ‘천국에 이르는 계단’이라 하고 매년 5월 1일을 ‘은방울꽃의 날’이라 하여 사랑하는 이에게 은방울꽃을 선물하면 그 꽃을 받은 사람이 행복해진다고 한다. 은방울꽃의 생김새가 순결하고 성스러운 만큼이나 이름과 별명이 따르는 것 같다.

은방울꽃의 꽃말은 ‘순결’, ‘찾아온 행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름이나 별명등과 달리 은방울꽃은 독성이 함유되어 있어 유독식물로 알려져 있고 특히 뿌리가 치명적이다. 비비추나 둥글레로 오인하고 잘못 먹으면 복통, 두통, 구토를 유발하다가 심부전증으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역시 아름다운 것에는 독이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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