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네 청소한다는 마음으로 일해요”
“내 동네 청소한다는 마음으로 일해요”
  • 박재범 기자
  • 승인 2012.05.08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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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동안 깨끗한 아침 연 정동운 씨

‘부릉~~부릉~~’ 새벽 3시 30분 오토바이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깬다. 미화원 정동운(53·양동) 씨가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미화원의 정식적인 출근 시간은 오전 6시. 하지만 정 씨가 동료들보다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정 씨가 맡은 지역은 양동 구)금호빌딩에서부터 발산다리를 거쳐 구)서부경찰서사거리까지로 양동시장 구역을 맡다보니 쓰레기양이 많기 때문이다.

정 씨가 하루 수거하는 쓰레기양은 톤수를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50·30리터 종량제봉투는 제외하고 100리터 종량제봉투만 80장정도 수거한다.

정 씨는 “일찍 나오는 습관도 습관이지만 청소 구역이 시장이다 보니 쓰레기양이 엄청나다 일찍 나오지 않으면 하루에 다 처리하지 못한다”며 “양동시장 구역은 동료 미화원들도 꺼려하는 지역이다”고 말했다.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동료가 해야 하기 때문에 자진해서 하고 있다. 이런 정씨의 마음가짐과 부지런함 때문에 지난해부터 부반장 직함도 얻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올해 초 오토바이를 이용해 쓰레기를 치우던 중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행인 2명이 오토바이를 이용해 정 씨를 따라다니며 오토바이를 발로 차는가 하면 심한 욕설을 해댔다.

당시 정 씨는 휴대전화로 동료를 부르는 기량을 발휘해 가해자들이 자리를 떠 위기를 모면했지만 생명의 위험을 느꼈다고 했다.

또 상인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제재라도 하면 “우리들 덕분에 청소를 하면서 먹고 사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한번은 한 상인이 상점 뒤편으로 쓰레기를 벌이는 것을 막자 “쓰레기나 치우면서 왜 이것도 못하게 하느냐”는 핀잔에 기분이 상하기도 했지만 속으로 삭히기 일쑤다.

미화원이란 공식명칭이 있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의 호칭은 ‘쓰레기아저씨’였다. 정 씨는 “지금은 주민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며 “가족들에게도 미화원일이 결코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말을 자주하곤 한다”고 말했다.

부인 이 씨도 아들들에게 “아빠가 길거리에서 청소하는 것을 창피해 하면 안된다”며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벌어와 우리 가족들이 밥을 먹고 산다”고 교육을 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 때문이었을까. 미화원 생활 중 낙엽으로 인해 가장 일거리가 많은 늦가을 큰아들이 함께 낙엽을 치우는 일을 돕기도 했으며, 막내는 친구들과 정 씨가 청소를 하는 거리를 지나가다 “우리 아빠야 인사드려”라고 인사를 시키기도 한다.

4시에 일을 마치면 정 씨는 취미활동을 한다. 이른 새벽부터 청소를 하느라 몸이 고단하겠지만 체력단련을 위해 동료들과 축구를 하곤 한다.

정 씨는 남매 중 장남으로 화순군 이서면이 고향으로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초등학교만 마치고 돈을 벌기 위해 객지생활을 했고 30여 년 전에 광주에 자리를 잡았다.

정 씨는 1989년도에 화순군 남면 출신인 이명자(46)과 중매로 만나 결혼을 3남을 두고 있다. 첫째는 서울에서 직장생활, 둘째는 군대, 셋째는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이다. 여기에 여든을 앞둔 장모님과 대학을 휴학 중인 처조카와 한 지붕에 산다.

이렇듯 가족이 많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낫 없다고 하지만 정 씨 부부는 그 흔한 부부싸움도 없었다. 서로 불만이 있으면 아이들 앞에서가 아닌 밖에 나가 이야기로 푸는 방식을 사용해 가족 간의 정도 끈끈하다.

미화원의 길로 접어든 계기도 지난 1996년 부인 이 씨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 시 부인은 “거리에서 청소를 하는 일인데 괜찮겠느냐”고 물었지만 정 씨는 “울타리 안과 밖에서 일하는 차이밖에 없는데 창피한 것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정 씨는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바람일 것 까지는 없고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 동네를 깨끗하게 하겠느냐”며 “몸이 허락할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밝게 웃었다. /박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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