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 국적 가질래요”
“이제 한국 국적 가질래요”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05.0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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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할 일 찾아 열심히 일하는 베트남 가족들

어디서나 열심히 일한다면 참 좋을 일이다. 그런데 어지간한 기업들마다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 아우성이다. 광주에서 내로라하는 떡 제조업 시루연과 외식업인 푸른마을을 운영하는 박홍수 대표도 요즘 사람 구하기가 힘들 지경이라 한다.
그런데 최근 베트남 가족들이 일하기 시작하면서 조금 걱정을 덜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고 한국 사람과 결혼해 살면서 화목한 가정을 꾸린 모습이 남다르게 모범적이라는 것이다.

푸른마을 조리사 판티옥빗

▲ 판티옥빗씨
판티옥빗(27)씨. 광주에서 시내버스 운전을 하는 남편 배갑식씨와 2006년 6월에 결혼해 5 살배기 딸을 잘 기르고 있다. 그녀는 베트남에서 요리사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한다.
2남3녀 중 셋째인 그녀는 한국에서 살아보니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그저 “좋아요!”라고만 대답한다. 한국 김치도 맛있고 일 하는 데 큰 불편이 없다는 것이다. 푸른마을에서는 주로 야채요리를 전문으로 한다.
입사한 지 이제 한 달여가 조금 지난 판티옥빗은 이전에는 각화동농산물센터에서 버섯을 비닐봉지에 담는 일을 했다. 우연히 조리사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가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박 사장이 채용했다는 후문이다.
결혼 이후 1년에 한 번꼴로 친정인 베트남에 5박 6일식 가고 갈 때마다 1백만원 정도 생활비를 보태고 온다는 그녀는 역시 다음 명절에 가족을 만나러 갈 예정이다. 남편 일이 바빠서 함께 많은 곳을 여행하진 못했지만 해남 땅끝여행이 가장 즐거웠다고 말한다.
남편 친구의 소개로 지난 2008년 6월에는 동생인 판티넉푹(23)이 기아차에 다니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 어머니(51)도 한국에 와 1년 예정으로 식당에서 일하는 중이라 한다.
3모녀의 한국 생활이 좋게 비쳐지길 바란다. 박 사장은 “그녀는 보통 20분 정도 일찍 출군하고 성실하게 일하며 예의가 바르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시루연 남편 따라 온 보티녹치

▲ 보티녹치씨 가족
보티녹치(25)씨. 시루연에서 떡 제조기사로 일하고 있는 남편을 베트남 현지에서 만나 2008년 9월에 결혼했다. 그러나 절차상의 문제로 1년여가 지난 2009년에야 한국에 왔다. 처음 남편 따라 한국에 왔을 때는 시루연에서 일했다.
하지만 임신하고부터 회사를 그만 두고 아들을 낳아 이제 3살이 되기까지 아이만을 열심히 키우고 있다고 한다.
전북 부안의 곰소 출신인 남편 박종찬씨는 시루연 설립 이듬해에 입사해 5년째 일하고 있는 떡만들기 ‘선수’다. 어떤 떡이든지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20년 전에 친구 따라 우연히 떡집에서 일하게 된 그는 당시에 제과점의 경우 학원도 있었지만 떡은 만들면서 기술을 배웠고, 아이디어가 풍부해 좋은 떡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지금의 아내는 고향 선배가 달랑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결혼하고 싶으면 말해”라고 해 만난 사이이다. 선배와 함께 베트남에 찾아가 그 자리에서 결혼하고 오늘까지 살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아내는 처음에 다른 문화, 말이 잘 안통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밖에 잘 나가지 않았지만 낙천적 성격을 가진 그녀를 위해 일하기보다는 한국어 교육을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아내는 지금 한국어 교육을 받기 위해 광산구 송정동의 다문화센터에 등록해 공부 중이다. 박 기사는 언젠가 독립했을 때 아내가 사무 일을 볼 수 있을 만큼 되면 좋겠다고 했다. 아니도 하나 더 낳고 싶은데 양육 문제 때문에 늘 고민이라 말한다.

남편 따라 일하는 보배 '한국인'

▲ 박홍수 대표
이들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애국가도 배우고 한글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귀화 신청을 했지만 시험에 서툴러 아직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다고 한다. 올해 꿈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다.
박홍수 대표는 “한국 사람들은 예전과 다르게 기업보다는 자기 일정 위주로 일하는 형태로 변해 일반 기업과 다른 시간을 사용해야 하는 외식산업이나 떡 산업은 사람 구하기가 참 힘들다”면서 “오히려 가족을 중시하면서 한국인 남편과 함께 열심히 일하는 외국 사람들이 때로는 보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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