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벽 무너진다고 아름드리나무를 베?
옹벽 무너진다고 아름드리나무를 베?
  • 박재범 기자
  • 승인 2012.05.0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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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공원, 옹벽보강공사 이유로 수십 년 된 나무 벌목

광주공원이 석축이 노후화돼 붕괴 위험이 있다며 보강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수십 년 된 메타세쿼이아 10여 그루를 베었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도심 속에 푸른 공간을 제공한 아름드리나무를 옮겨 심는 노력을 하지 않고 무조건 베어버렸다는 지적이다.

광주공원관리사무소는 지난 4월 17일부터 충혼탑 뒤편 돌로 쌓은 옹벽이 메타세쿼이아의 뿌리로 인해 균열을 일으키는 등 붕괴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며 ‘산석웅벽 설치공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1차 공사에 이어 2차로 진행되는 이번 보강 공사는 약 71m의 석축을 새로 쌓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옹벽 상부에 위치한 메타세쿼이아 10여 그루를 베어 낸 것이다.

광주공원관리사무소 공사 담당자는 “메타세쿼이아를 제외한 다른 나무는 옮겨 심었다”며 “사무소 자체적으로 옮겨 심는 것을 검토 했으나 비용이 많이 들고 또 옮겨 심는다고 해도 잘 살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1차 공사 때도 메타세쿼이아를 베어냈지만 광주시 감사에 별 지적을 받지 않아 문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옮겨 심는 비용이 얼마인지에 대한 답변은 하지 못했다.

평소 광주공원에 산책을 자주 다닌다는 정희남 씨는 “광주 도심에 나무가 별로 없는데 시민으로서 광주공원 앞 천변 인근을 공원을 조성한다고 나무를 사다 심은 걸로 알고 있다”며 “요새 장비가 좋아 나무를 베지 않고 최근 조성한 공원에 옮겨 심을 수도 있고 또 일반인이 보기에도 나무를 살려 옹벽공사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렇게 베어버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삭막한 도심 속에 이런 숲이 있어 자주 찾는데 나무를 베고 있어 놀랐다”며 “한 쪽은 공원 조성한다고 비싼 나무를 사다 심고 한쪽은 옹벽공사 한다고 수십 년 된 아름드리나무를 베어버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광주공원이 수십 년 된 나무를 이전 비용을 이유로 옮겨 심지 않고 베어버린 것에 대해 소중한 도심 숲을 없앴다는 시민들의 눈총이 거세지고 있다. /박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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