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생활에서는 나 살기 바빠 주변에 다문화가정, 독거어르신, 소외된 계층을 뒤돌아보기엔 너무나 멀리 와버린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신념을 갖고 세상 사람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 날까지 반평생을 봉사활동으로 달려온 ‘날개 없는 천사’ 김혜정(사랑가족봉사단 회장·51)씨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녀의 가족은 남편 이성기(53), 두 아들 이승진(25), 이호진(22)이다. 1996년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녔을 당시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20여 년 동안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러 다녔다.
김혜정 회장은 “초창기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과 세상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랑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면서 봉사활동에 자부심을 생겨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할만한 봉사활동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김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나주시 노안면에 위치한 ‘무등정신요양원’을 데리고 갔다. 처음엔 어르신들께 안마도 해드리고 재롱도 피우며, 말 벗 해드리기 등 재능기부 역할을 하게 했다.
이 후 그녀는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자신들의 용돈을 조금씩 아껴서 기부도 하게 되고 학교에서 장학금을 타게 되거나 봉사대회에서 수상하면 상금을 또 다시 다른 곳에 기부를 하는 모습을 보고 기쁘고 뿌듯했다.
그간 봉사활동으로 4천 시간을 넘는 엄마를 따라 다양한 뜻 깊은 곳에 봉사활동을 같이 다닌 아들 이호진(22)씨는 대학 입학사정제로 봉사부분을 인정받아 인하대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김 회장은 ‘사랑가족봉사단’을 꾸려오면서 그동안 가족 간에 서로 몰랐던 부분들을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게 되고,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는 가정들을 보면 너무나 힘이 나고 보람차다고 한다.
이 외에도 소록도, 꽃동네, 무등 지역아동센터, 행복재활원, 선명학교, 독거어르신 집지어주기,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 몰래 산타, 다문화가정 어린이 문화혜택, 차상위계층 교복마련해주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연계하는 역할도 했다.
행복함을 연결해주는 봉사활동 전도사 김 회장은 “봉사는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점수를 따기 위한 것도 아니다”면서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 데 봉사를 하는 것은 대단하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여러 천사들과 함께 후원금을 모아 2008년부터 시작해온 캄보디아 우물파기에서 9회차 31호를 파게 돼서 너무 기쁘다고 한다.
요즘 들어 다문화 가정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혼인신고만 한 채 함께 부부의 연을 맺은 지 12년차인 한국남자와 태국여자 벤시가 결혼식을 치루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이 소식을 들은 김 회장은 “처음 이 부부의 사정을 듣고 안타까움에 밤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많은 분들의 도움과 천사님들의 후원으로 짧은 시간 내에 준비를 하고 특별한 결혼식을 올려주게 됐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처럼 ‘사랑가족봉사단’을 이끄는 김 회장은 봉사도 하나의 인생 공부라고 표현하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봉사가 재미 있고 더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는 가족봉사단 자녀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20여 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지내온 김 회장은 지난 2일에도 무등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하여 아이들을 위해 다과를 준비하고 천사님의 후원으로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도서상품권 전달식을 가졌다.
평일 주말에 관계없이 수시로 어려운 사연이나 소외된 곳을 듣게 되면 장소에 구분 없이 방문하는 ‘사랑가족봉사단’ 김혜정씨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이 시대의 날개 없는 천사가 아닐까 싶다./김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