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16 - 노랑제비꽃
들꽃이야기 16 - 노랑제비꽃
  • 송만규 작가
  • 승인 2012.05.03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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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채색 21.2×33.4cm
산길로 접어드니 먼저 취나물의 넓은 잎이 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알만한 들꽃들이 마중 나와 환한 모습으로 맞이하니 산행의 시작부터 즐거워진다. 비가 내린 뒤라서 옆에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도 싱그러우면서 더욱 힘차게 흐른다.

아직은 지난해에 떨어진 낙엽이 쌓여 있긴 한데 그 사이를 비집고 고개를 내미는 연녹색을 띤 새 생명들이 신통하기도 하고 너무 사랑스럽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1,000미터 좀 넘는 지대일 듯하다. 쉬어 가는 구름이 높게 치솟은 전나무 숲에 자욱하게 드리우고 있다. 나무 사이사이를 휘감다가는 또 다른 곳을 찾아 가려다 멈춘다.

길가에 자그마하게 피어 있는 노랑제비꽃을 찾아내고는 그에 어우러진다. 나또한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쉴 참에 다시 보니, 지나온 길과 가야할 길에 황금빛 꽃이 나를 안내하고 있는게 아닌가!

키라고 해봤자 10센티미터나 될까하고 꽃잎의 길이도 1센티미터가 조금 넘을 듯 한 깜찍하게 밝은 표정이 봄바람과 함께 더위를 가시게 한다.
다시 오르는 길에는 얼레지까지 같이 가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아직 꽃잎을 펼치지 못하고 다소곳하니 고개 숙인 모습이 산골에서 소녀라도 만난 듯하다.

조금 더 땀을 흘리며 능선에 올라 노랑제비꽃과 얼레지가 커다란 삶터를 이루고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걸 보니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노랑제비꽃의 꽃말은 ‘사고(思考), 나를 생각해 다오’ 이란다. 잊지 못할 것 같다.
4월을 보내는 날, 지리산은 나에게 봄의 선물을 듬뿍 안겨 주었고 새롭고 더 큰 마음을 열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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