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분이나 올랐을까, 어린 사내아이 오줌 싸는 소리만큼이나 가느린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목을 축이고 싶어 물소리 따라 올라가니 조그만 옹달샘이 있다. 아니, 이럴 수가! 누군가 만나게 피우고 안전(?)하게 샘 안으로 내던진 담배꽁초 2개!
한 발짝 비켜서니 현호색 꽃송이들이 고개를 떨군 채 바라보고 있다. 일반적인 꽃의 형태와는 달리 몹시 신기하게 생겼다. 위아래로 갈라진 꽃과 가운데가 약간 패여 있는 양 꽃잎은 요염하게 벌리고 있는 여인의 입술처럼 생겼다. 손가락 두 마디 가량 길게 뻗은 끝에 뭉툭하게 오므라져 있는 곳에 꿀샘이 들어있는데 이 부분을 거라고 한다.
현호색의 특징 가운데 덩이줄기는 달래처럼 생겼는데 그 보다는 2배쯤 크다. 표면은 하얗고 겉껍질을 벗기면 노란색을 드러낸다.
현호색은 부지런한 꽃이다. 여느 꽃들처럼 봄에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얼었던 대지가 녹으면서 꽃을 피워 한 달 가량 지내다가 열매를 맺는다.
산 능선 따라가며 발아래 펼쳐진 섬진강에 훔뻑 젖어버린 영혼, 계곡에서 살며시 다가오는 봄바람까지 온몸에 스며들어 상쾌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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