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야기27 - 같은 글자도 의미가 다르다
중국이야기27 - 같은 글자도 의미가 다르다
  •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 승인 2012.04.2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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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구 회장

중국인이 한국인, 일본인 모두가 싫어하는 숫자는 ‘4’ 다. 四를 싫어하는 것은 죽을 사(死)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숫자는 6, 8, 9다. 六을 좋아하는 이유는 발음이 ‘리우’로 소리 나기 때문에 流(리우) 발음과 같아 모든 일이 흘러가듯이 잘 풀린다는 뜻이다. 八은 돈을 벌다 파차이(發財)의 발자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좋아한다.

중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9다. 9는 양의 가장 큰 숫자이다. 그래서 자금성의 방도 9,999칸이며, 큰 명절이면서 양이 가장 많은 중양절인 9월 9일이다.

중국인들처럼 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새해가 되면 온통 복자 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복자를 거꾸로 메달아 놓는다.

복자를 거꾸로 메달아 놓은 이유 중의 하나가 다름 아닌 박쥐에서 나왔다고 한다. 박쥐는 한자로 편복(蝙蝠)이다. 편복의 복(蝠)자가 복(福)과 발음이 같기 때문에 복자를 박취처럼 거꾸로 메달아 놓는데, 하늘에서 복이 떨어지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도 옛날 그림에 박쥐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에는 다섯 마리의 박쥐를 만들어 놓은 것이 있다. 우리는 박쥐를 좋아하지 않지만, 중국은 복으로 사용한 것을 보면 박쥐를 좋아하는 것 같다.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춘절(春節)에 0시를 기하여 여기저기에서 잇따른 폭발음이 들려 왔다. 마치 전쟁터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거리엔 갖가지 폭죽놀이가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잡귀를 물리치고 복을 빌기 위해 폭죽놀이를 즐기는 춘절의 세시풍속이지만 1993년부터 북경 시내에서 폭죽놀이가 금지되기도 했으나, 전통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정서 때문에 당국이 묵인하고 있는 상태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의 한 교수는 예로부터 제왕이 폭죽놀이를 통해 백성들과 어울리며 운을 빌었던 이 풍속이 1천 년 가까이 지속된 것은 그 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폭죽놀이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외국인의 눈에는 더더욱 그렇다. 귀가 터질 것 같은 폭발음도 폭죽의 종류에 따라 달랐기 때문에 흥미로움을 더해 준다. 우리나라 세시풍속에 대보름날 들판에 나가 불 깡통을 돌리다가 하늘로 내던져 밤하늘에 아름다운 불꽃을 수놓게 하는 것을 연상시킨다.

비상시국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비국민(非國民)’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비상시국에 먹는 쌀을 비상미(非常米)라 한다. 군대 생활을 하다보면 매일같이 비상령(非常令)이 내리고 비상 경계령을 서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비군 훈련에 비상령이 내리기도 하였다.

폭격에 대비한다고 웬만한 문에는 모두 비상구(非常口)라고 표시돼 있었다. 한국인에게는 늘 ‘비’라는 한자가 따라다녔기에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뒤 지금까지도 ‘비상구’ ‘비상문’이란 글씨를 볼 수 있다.
영자로는 그냥 ‘EXIT’이고, 한자의 본고장인 중국에서는 ‘태평문(太平門)’이라고 부르는데 말이다. 같은 한자, 같은 문(門)인데 한쪽은 비상구이고 한쪽은 태평문이다. 같은 말이라도 중국인들의 여유로움을 알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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