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진다리 붓 고장 속 문상호 필장
[칭찬릴레이]진다리 붓 고장 속 문상호 필장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2.04.25 0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형문화재 제 4호 필장 선정
전통문화 귀하다는 인식 부여 필요

▲무형문화재 제 4호 문상호(70) 필장
붓은 우리 전통 미술 분야에서 가장 기본적인 도구다. 붓이 없다면 옛 시절의 그림도 글씨도 존재하지 않는다.

원래 40~50년 전 광주 백운동 일대는 붓 만드는 동네로 한가락 했던 고장이다. 다양하고 종류별로 수많은 붓을 만든 백운동은 전국 각지에서 붓을 구입하러 올 정도였다.

진다리 붓으로 유명한 곳은 바로 먼 곳이 아닌 우리 고장 광주 백운동이 원산지다. 백운동은 그때당시 ‘벽도교(진다리)’라는 긴 다리가 있었던 곳으로 전라도 사투리인 ‘질다’에서 유래해 60년대 말부터 이 동네에서 만든 붓은 ‘진다리붓’으로 부르게 됐다.

장흥 출신인 문상호(70ㆍ무형문화재 제4호 필장)씨도 1969년부터 붓쟁이 생활을 해왔다. 군대를 다녀오고 광주 백운동에서 살아오면서 20대 중반부터 43여 년간 해온 그의 인생은 백운동 역사의 산증인이었다.

그의 스승 최 유일과 박 순씨는 우리나라 최초로 염소털붓을 제작한 사람들이었다. 스승을 이어 문상호 필장은 죽필(대나무로 만든 붓)과 고필(볏짚으로 만든 붓)을 10여 년 동안 연구한 결과 특허를 받게 됐다.

그가 개발한 죽필과 고필은 모필 보다 글이 훨씬 부드럽게 이어나가는 붓이다.

조그마한 작업실에서 만난 문상호 필장은 “붓은 만든 사람, 판매하는 사람, 쓰는 사람이 따로 있으면 발전이 안 된다”면서 “내가 만든 붓을 구매한 서예가들이 대회에서 큰 상을 탔다는 소식을 들으면 너무나도 기쁘다”고 말한다.

지금은 미술시간에 일부지만 60-70년대에는 중·고등학교에는 서예시간이 따로 있어 붓을 장만하기 위해 서울사람들까지 내려와서 선금을 주고 구입하던 시절 당시 그의 인생은 전성기였다.

하지만 반평생을 붓을 만들어오며 살아왔지만 현재는 그 붓으로 인해 고민이 많은 문상호씨다. 수요가 줄어들어 붓 제작으로만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공예를 전수하려고 해도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이대로 두면 전통기능은 사라져버린다는 그는 “현대 사람들은 예체능 쪽은 돈을 주고 배우려고 나서지만 우리 숨결이 묻어져 있는 전통공예는 누가 월급을 주고 돈을 줘도 배우려하지 않는 게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붓의 재료인 붓털을 판매하는 사람 자체가 사라져서 전통문화를 이어가기 힘든 현실이다. 하지만 그는 전통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의 한길 붓만들기는 우리 전통공예 기능전승자로 선정되었고 2000년 2월에는 전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 당시를 떠올리며 문 필장은 “40여 년 동안 전통문화 계승에 혼신을 쏟아 왔지만 기능전수자에 대한 충분한 대우를 해주신 분은 김대중 대통령이었다”고 말한다.

2005년에는 오랫동안 바랐던 예향광주에서 전통공예의 끈을 이을 무형문화재(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필장)로 선정됐다. 또한 노동부에서 대한민국 붓 제작 기능전승자 99-1호에 지정받고, 행정자치부에서 대한민국 붓 제작 신지식인 03-75호에 지정받았다.

우리의 죽필과 고필을 널리 알리도록 2007년에는 일본 동경문화원에서, 2008년에는 오사카 문화원에서 전시회를 가진 그는 자신의 전통 붓을 보고 일본사람들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듯 그의 작업실에서는 장인의 손길이 닿은 붓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의 작업실에는 또 지금까지 그가 대전에 출품했던 다양한 붓을 볼 수 있는 전시방이 있다.

기능이 다르고 만드는 과정이 다른 필장의 붓은 써본 사람만이 알 수가 있다. 광주·전남에서 이름난 학정 이돈흥 서예가 역시 그의 붓을 찾는다. 그 뿐만이겠는가. 수많은 화가, 서예가들이 그렇다.

전통공예 계승에 힘을 쓰고 있는 문 필장은 “일본처럼 전통문화는 ‘귀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우리 정부에서는 많은 지원과 대우가 있길 바란다”면서 매일 작업실 책상 앞에 앉아 붓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며 섬세한 손길로 대나무 손질과 털 정리를 하며 여생을 살아가고 있다./김다이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