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절망한다
나는 오늘 절망한다
  • 김영환 국회의원
  • 승인 2012.04.2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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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일기1 - 2012년 4월 20일 새벽에 올리다

나는 오늘 아침 민주당 127명의 당선자들의 행렬에 섞여 4.19묘지로 간다.
‘나는 역사의 승리자인가 패배자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도봉구 김근태의 지구당을 지나 수유리 문익환목사의 집 앞을 거쳐
김대중 도서관에 가서 점심을 먹고 국회로 돌아 올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아침 두말 할 것 없이 절망한다.
이 아침에 희망을 갖는 이가 있다면,
나는 이제 대선승리의 깃발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총선에만 진 것이 아니라 총선 이후에 더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총선의 아우성이 사라지기도 전에 독선과 교만과 아집이 판을 치고 있다.
우리의 적은 명명백백 새누리당도, 박근혜도 아닌 우리 자신이다. 

선거가 끝난 지 열흘이 지나도 제대로 된 총선평가가 없고,
‘내 탓이오’의 자기반성이 없는 이 정당이 수권 할 수 있을까? 

이번 총선을 통해 자기쇄신이 없는 야권연대와 이벤트 정치,
이미지 정치로는 집권하지 못한다는 것을 더욱 확연히 알게 되었다. 

지난 전당 대회에서 우리는 당론으로 총선 이후 “FTA폐기”를 결의하였고
최고위원들은 하나같이 이것을 국민에게 맹서하였다.
이런 우리가 총선에서 이 말을 슬그머니 숨기더니 이제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대로 가면 정권를 교체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 진 것이 아니라 노무현 탄핵이후 최대의 의석을 가졌다?”

“이번 선거이후 우리는 더 좌클릭해야 한다. 수도권에서 진보가 확인되었다?”

“나꼼수가 없어 낙동강에서 실패하였다?”

“중도 싫어하는 중도, 말라비틀어진 중도를 당에서 몰아내자?” 

제발 지도부는 말을 아끼고 자숙하고, 자숙하라! 당장 비대위로 전환하라!

내가 오늘 가슴에 담아 두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이제 공허한 넉두리가 되었다.
한시라도 빠른 지도부 사퇴와 자숙이야말로 지금의 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첫 걸음이었다. 

선거에 지고도, 우리는 다시 국민 앞에 맞서려는가?
우리가 김용민 사태에서 얻는 교훈은 누구도 국민에게 맞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무엇이 잘못인가’ 하고 국민에게 염장을 내 지르려는 분이 계시다면 이 분노를 당장 내려놓아야 한다. 

막말의 유혹과 꼼수의 정치를 내려놓고 제발 지금이라도 내 탓의 정치, 겸손의 정치로 생환하라! 

영주에서 중학생이 자살하고 카이스트에서는 대학생이 투신하고
일산에서는 남녀 학생 9명이 여자친구를 암매장하고 죽였다.
유가는 치솟고 민생은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 지도부는 여의도공원이 아니라 이들의 죽음의 현장, 민생의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진심으로 국민을 두려워해야한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야한다.
내가 아는 국민과 당신들의 국민이 이렇게도 다르단 말인가? 

이것이 내가 오늘 아침 절망하는 이유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과반의석을 잃은 것이 아니라 대선 승리의 희망을 잃었다.
우리가 가진 MB심판도 빛을 잃었고 유력한 대선 주자들이 줄줄이 빛을 잃었다.
누가 이 사망의 늪에서 우리를 구할 것인가! 

낙동강 전선은 이제 형체도 없어지고 불임의 불안한 예감으로 밤잠을 설치게 되었다.
전선에 살아 돌아온 분들이 망연히 안철수교수의 입당에 목을 매는 기막힌 처지가 되었다. 

지금, 이것은 아니지 않은가?

민주통합당의 쇄신이 선결이고, 본질이다.

우리의 정체성이 가지런하지 않은 데 안철수는 데려다 무엇에 쓸 것인가?

제발 그를 그냥 두어라. 문제는 안철수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어려운 지역에서 선거에 당선되어 잉크도 마르기 전에 대선도전이 줄을 잇고 있다.
그렇다면 소는 과연 누가 키우나? 자중하고 자애할 일이다.
이 당은 도대체 자존심도 없고 최소한의 국민에 대한 예의도 없단 말인가? 

원내대표 경선도, 당권도전도, 줄을 이은 대선출마도
국민들이 떠난 텅 빈 객석에서 치러질 수는 없지 않은가!
당의 쇄신이 FIRST!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들보다 반발짝 앞서서...

제발 겸손해야한다.

나의 절망의 몸짓이 희망이 되길 빈다. 

나는 이제 버릴 것만 남았다.

“대한민국에 당신의 이야기를 더합니다”라는 총선 현수막이 내려갈 운명으로
가물가물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2012년 4월 19일 김영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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