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 헤매던 스리랑카人 안제나 씨
사경 헤매던 스리랑카人 안제나 씨
  • 박재범 기자
  • 승인 2012.04.20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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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광산', 외국인노동자 힘모아 살려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너무 고맙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스리랑카로 돌아가서도 한국사람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사고로 위독했던 외국인 노동자가 시민들과 네티즌의 성원으로 생명을 건진 뒤 스리랑카 출신의 안제나(31·남) 씨의 아버지 길띵띵아 씨가 울먹이며 가슴에서 내민 첫 이야기다.

안제나 씨는 지난해 10월 광산구의 한 공원에서 추락했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안제나 씨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머리를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발 빠른 조치로 위기를 넘겼지만, 안제나 씨에게는 큰 어려움이 닥쳤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병원비의 압박과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아 불법 체류자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안제나 씨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고비는 넘겼지만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안제나 씨는 식물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하면 안제나 씨의 상태는 장담할 수 없었다. 동료들로부터 연락을 받은 부모님이 한국으로 왔지만 달리 어쩔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절박한 사정을 알게 된 ‘투게더광산’(위원장 김국웅)이 사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투게더광산’에 참여하는 시민과 기업, 단체에 사정을 알리고, 포털사이트 다음이 운영하는 사회공헌 서비스 ‘다음 희망해’와 SNS에 도움을 호소했다.

안제나 씨 돕기 운동에 동참한 시민과 네티즌은 모두 4천383명. 지식 마일리지 기부, 휴대전화 소액 결제, 성금 전달 등 참여 방법은 달랐지만, 이국땅에서 위험에 빠진 외국인 노동자의 쾌유를 비는 마음은 똑같았다.

지난 2월부터 약 두 달 동안 펼쳐진 돕기 운동으로 모아진 성금은 3천521만원으로 양동호 투게더광산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첨단병원을 찾아 안제나 씨의 아버지 길띵땅아(61) 씨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길띵띵아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너무 고맙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스리랑카로 돌아가서도 한국사람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덕분으로 안제나 씨의 상태도 부축을 받아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양동호 부위원장은 “불법 체류자이지만 불법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며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안제나 씨가 하루빨리 건강을 가족들과 고국에 갈 수 있도록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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