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인도판 [쿵후 허슬]
@[로봇], 인도판 [쿵후 허슬]
  • 김영주
  • 승인 2012.04.19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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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주성치의 [쿵후 허슬]을 재밌게 보았나요? 그렇다면 이 인도영화 [로봇]도 재밌게 볼 것이다. [쿵후 허슬]만큼 재밌고 웃기지는 않지만, 그 반쯤 재밌고 웃긴다. 이 두 영화를 싸구려 삼류영화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슛뎀 업] [달콤 살벌한 연인] [비카인드 리와인드]처럼 수준 높은 키치Kitsch영화라고 할 순 없지만, 키치스런 영화다.

싸구려 미술품이나 사이비 그림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키치란 말은, 19세기말 독일에서 처음 생겨났다. 산업화로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미디어통신과 다양한 복제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대중문화가 중요한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아가면서 대중의 미감을 함부로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영화나 만화 또는 트로트 가요나 통기타 청바지 그리고 사투리나 욕설이 하류문화로 멸시받다가 문화예술로 대접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70시절 풍의 촌티패션 그리고 이박사나 노라조의 잡탕 노래 또는 <나꼼수>에서 뇌까리는 욕설이나 비속어가, 저질문화라고 손가락질 받을 게 아니라 세상 밖으로 드러나서 당당하게 정상적인 대중문화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이상야룻한 모양이나 색깔 또는 유치하게 야하거나 기괴하게 그로테스크한 물건이나 행동을 일부러 강조하고 내세워서 상류층 고급문화의 위선과 허영을 비틀고 비꼬고 뒤집어 까발리기까지 한다.( 4.11총선에서 말썽을 일으킨 ‘김용민의 욕설’도 실은 이러한 키치문화에서 비롯되었다. 유교의 점잖은 예절이 껍데기로나마 단단하게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키치문화 어쩌고저쩌고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히니까, 선거판에 일단 불을 끄려고 ‘엉겁결에 저지른 실수’였다고 무조건 사과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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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사 - 트로트 메들리 동영상>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b7315&logNo=80157003448

<노라조 - 수퍼맨 동영상> http://blog.daum.net/namury44/16886671

키치라는 말을 어설프게 알고 있다가, [아치와 씨팍]과 [슛뎀업]에 "뭐 이런 저질영화가 다 있어?“하며 투덜거리다가 문득 ‘아하’ 알게 되었고, [달콤 살벌한 연인]은 첨엔 어리벙벙하다가 나중에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이박사와 노라조의 잡탕 노래가 그렇고, 7080복고풍의 싸구려 패션이 그랬다. [쿵후 허슬]은 뻥도 참 심하다며 낄낄대다가, [원티드]에서 그 기발한 상상력에 홀랑 빠져들다가, 미셸 공드리의 [비카인드 리와인드]에서 잭 블랙의 유치한 장난끼에 황당해 하다가, 문득 ”아하, 키치!“로 즐기게 되었다. 막무가내로 욕설만 퍼붓는 [아치와 씨팍]말고는, 상당히 감동한 영화들이다.

이번 [로봇]은 앞 영화들처럼 감동하진 못했어도, 그 유치한 패러디를 키치스런 상상력으로 펼쳐 보여주는 장면들이 매우 돋보인다. [터미네이터]를 패러디한 옷차림새 · 색안경 · 헤어스타일을 비롯해서 단순한 주제에 유치한 스토리도 매우 그렇다. 신선하고 기발하다. 특히 모기와 대화 장면과 뒷부분에서 다양한 합체로봇 장면이 매우 그러하다. 컴퓨터 그래픽이 조잡하지만, 그 어처구니없는 기발함에 박수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만들어내느라 돈도 솔찬히 들었겠다.

게다가 인도의 할리우드라 할 발리우드 영화에 반드시 곁들여 나오는 군무群舞와 노래가 영화 흐름을 끊으며 생뚱맞게 보일 수 있지만, 어차피 무언가를 기대하고 본 게 아니라 재미 삼아서 본 영화이기에 오히려 난 더 좋았다.( 더구나 그 군무와 노래가 그 동안 발리우드가 보여준 노래와 춤하고는 색다른 맛이었다. ) 여주인공이 빛나는 보석처럼 황홀하게 예쁘지만 유치함이 없지 않고 섹시한 몸매와 그 율동이 현란하지만 백치스럽게 육감적이어서, 난 그녀의 그런 유치와 육감에 아무런 개념 없이 마냥 사로잡혔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찾아보아야겠다. ) 그런데 그녀에게 그렇게 빠져들수록, 남자 주인공의 똥돼지 스타일이 더욱 거슬렸다. 너무나 마초스럽게 막무가내이다. 감독이 일부러 그랬나?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61299&videoId=34046&t__nil_main_video=thumbnail

* 그 키치스런 상상력을 재밌게 본 사람은 A0, 유치한 저질로 본 사람은 B0 / * 영화기술 : 키치스런 연출기법을 인정하면 B+, 인정하지 못하면 인도영화치고 B0 / * 감독의 관점 : ( 키치라는 포스트모던 기법을 돈벌이 요령으로만 이용한 ) 보수파 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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