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화 한 번 접하기 어려워서야
장애인, 문화 한 번 접하기 어려워서야
  • 박재범 기자
  • 승인 2012.04.19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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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보다 법률 지키기 위한 관람석 배치
무대에 자구력으로 오르지도 못하는 실태

장애인주간과 내달 광주에서 열리는 ‘2012 세계인권도시포럼’을 맞아 광주가 문화도시, 인권도시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연 장애인과 노약자에 대한 인권의 현주소는 어떤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혹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영화나 문화공연을 보러 갔을 때 좌석이 맨 앞좌석이나 맨 뒷좌석만 있다면 어떠할까? 거기에 서로 나란히 앉지도 못하고 좀 떨어져 봐야 한다면 어떨까?

대부분의 시민들은 고민할 틈도 없이 그 공연을 포기하고 최적의 위치로 좌석예약을 할 것이다. 하지만 예약을 하더라도 최적의 좌석이나 함께한 일행과 나란히 앉는 좌석을 받을 수 없는 이가 있다. 바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노약자나 장애인이다.

광주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8년 ‘광주광역시 공공시설 내 최적의 장애인 관람석 지정 설치·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 제정에 따라 새로 건립되는 시설은 반드시 최적의 장애인관람석을 갖춰야 하고 기존의 공공시설은 5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3월까지 관람석을 설치해야 한다. 또 법적 설치 장애인 좌석의 절반 이상을 장애인보호자 관람석으로 배치해야 한다.

여기에 공연장 대부분이 무대로 직접 올라가는 리프트나 경사로가 없어 공연이나 수상 등을 위해 휠체어가 무대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분장실을 통해 돌아가거나 아예 건물을 빠져나가 뒷문으로 들어가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광주시에서 공공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공연장은 △빛고을시민문화관 △동구문화센터 △남구문예회관 △서구문화센터 △광산문화예술회관 등이 있다. 이곳 공연장은 대부분 조례 유예기한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생색내기용 장애인관람석을 배치하고 있을 뿐이다.

▲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

지난 2010년에 완공된 빛고을시민문화관의 관람석은 총 715석으로 이 중 장애인 관람석은 10석이다. 장애인석 모두 기존 관람석을 때어낸 자리로 별다른 편의시설 조차 없어 관람석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여기에 대부분 장애인관람석이 1층에 있지만 휠체어 이동수단인 엘리베이터에는 ‘공연장 2층입니다’라는 안내가 돼 있어 혼란을 야기하는가 하면 2층 공연장은 장애인화장실이 없어 1층까지 내려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동구문화센터 공연장

지난 2009년 건물 5층에 조례 제정 이후 소극장을 마련한 동구문화센터는 총 120석 중 3석을 때어낸 뒤 별다른 시설 없이 장애인 관람석을 배치했다.

또한 해당 층에는 일반인 화장실만 배치됐으며 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1층까지 내려가야 했다.

동구청 문화예술과 담당자는 “조례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유예)기간 내에 관람석을 조례에 맞게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남구문예회관 공연장

지난 2003년 문을 연 남구문예회관 공연장은 총 398석 중 무대에서 제일 먼 곳 4석을 장애인 관람석으로 마련했다. 관람석은 구조물로 3면을 막아 장애인석임을 알렸지만 보호자동반석은 없었다. 또한, 공연장 한쪽에 장애인화장실을 마련했으나 남·여 공용이었다.

남구문예회관 공연장은 ‘장애인석이 무대와 너무 멀리 있고 무대로 직접 올라갈 수 없다’는 장애인단체의 지적에 올해 초 사업비 4천만 원을 들여 무대로 올라가는 리프트와 관람석 중간 부분에 장애인석을 만들기 위해 남구청에 예산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서구문화센터 공연장

서구문화센터 공연장은 지난 2000년에 문을 열어 애초 464석 중 3석이 장애인관람석이었지만 지난해 2석을 늘렸다.

하지만 배치구조는 남구문예회관과 비슷한 실정이었으며, 장애인 화장실은 공연장이 있는 2층이 아닌 1층에 마련돼 있었다.

▲광산문화예술회관 공연장
광산문화예술회관 공연장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총 524석 중 6석을 장애인석으로 배정했다. 지난 2002년에 개관한 이곳은 타 공연장과 달리 보호자관람석을 함께 배치해 장애인단체에서 모범적인 구조로 손꼽히고 있지만 배치장소가 무대 바로 앞이었다. /박재범 기자
 

   
  ▲정병문(광주시의원)
다양성이 공존하는 감동의 창조도시를 위해...

우리 광주가 강조해 오고 있는 인권도시의 비전은 ‘공감과 창조의 인권도시’이다. 돌봄과 연대공동체를 지향하며 시민의 삶의 질과 역량을 제고하여 도시의 가치와 품격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 지역의 인권의식이나 환경 전반의 상황은 아직 여타의 도시와 다를 바 없고, 도시환경 측면에서의 접근성이나 이용 편의성은 오히려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비좁고 온갖 적치물들로 통행에 제한이 따르는 인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관련법에 의해 준공시 철저한 심사절차를 거쳐야 하는 각종 건축물 등의 편의시설이 대부분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이용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태반으로 인본도시의 정책적 지향과는 달리 문제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시설내 최적의 장애인 관람석 지정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도 불구하고 조례제정 이후 준공된 공공시설들이 ‘최적의 관람석은 커녕 관람석 자체를 아예 설치조차 하지 않고 있고 대부분 형식적 조치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해 조례는 조례제정 이전에 준공된 공공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유예기간인 2012년까지는 모두 개선하도록 이행을 강제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고자 하는 의지는 희박하다.

결국 장애인은 객석의 가장자리 통로나 맨 뒷자리에서 통행에 행여 지장을 주지나 않을까 이방인처럼 눈치를 살펴야 하고, 무대 위로는 들려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공연활동이나 각 급 문화활동 주체로서의 꿈은 엄두도 못내는 것이 문화수도를 표방하며 인권도시를 지향하는 우리 시의 실상이다.

이렇듯 사회 전반의 의식 환경이나 물리적 환경상에서 나타나는 불합리와 차별적 요인들이 산재되어 있는 현실에서 언제까지나 전시적 인권과 창조도시를 내 세울 것인지 의문이다. 인간중심의 우선가치를 찾기 어려운 도시환경, 여전한 구태와 형식성을 벗지 못하는 행정의식 등 제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시민이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는 요원한 구호에 불과하다.

창조도시는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의 다양한 가치관과 삶, 그리고 문화적 차이를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도시라야 한다. 또 모두를 위한 공공의 가치를 존중하며 노인이나 장애인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도 소외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법칙이 존중되는 도시라야 할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 광주시의 등록장애인 인구도 어느덧 7만 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 등록장애인과 더불어 생활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가족들까지를 추론하면 20여만 명에 달한다. 150만 명에 아직 미치지 못하는 우리지역 전체 인구에 비해 볼 때 결코 적지 않은 수다. 이들의 보편적인 권리와 삶을 지켜주고 보장하는 일은 결코 특별한 일이라 할 수 없다.

굳이 덧붙이지 않더라도 장애인의 인권은 결코 특별하지 않은 보편적 가치로서 이해되어야 하고, 장애인복지는 이러한 기본적 권리에 근거하여 국가와 사회적 수준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평등 및 삶의 질 향상에 요구되는 제반 조치들을 수반하는 당위적 목표를 추구하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인식은 아직 요원하고, 제반 사회환경과 이동권 및 교육, 고용, 의료, 문화여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참여제한으로 불리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 장애인이 대등한 주권주민 그리고 평등한 시민으로서의 삶의 질이 전향적으로 향상되고 인권의 가치가 시민들의 삶속에서 기능하는 구체적 문화로 정착되도록 행정력을 최대화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진정 사람 냄새가 나는 도시, 모든 사람들에게 살맛나는 감동의 도시, 진정 모‘든 시민이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의 상(象)은 시민의 체감수준에 의해 그 진정성이 판가름 된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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