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최일구 앵커, 파업에 참여한 이유
MBC최일구 앵커, 파업에 참여한 이유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2.04.03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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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깨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개성있는 멘트

▲3일 조선대 사범대학 6층 연주홀에서 MBC 최일구 앵커가 열띤 강의를 펼치고 있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노래를 시작하며 최일구 앵커의 강연이 시작됐다.

직설적이고, 간결하고, 독특한 멘트를 구사하는 MBC 최 일구 앵커가 3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6층 연주홀에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굳이 하라’라는 주제로 빵빵 터지는 강연을 펼쳐 예비 언론인 학생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이날 최 앵커는 자신을 친근하게 ‘아저씨’라고 일컬으면서, 자신의 대화체 앵커멘트에 대해서 네티즌들이 달았던 악성 댓글들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며 기자로써, 앵커로써의 살아왔던 삶을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다.

1985년에 기자생활을 시작한 최 앵커는 어린 시절 1969년에 이사 온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을 지켜보고 불안한 가운데 내내 잠을 설쳐야만 했다. 그 후 기자생활을 하면서 부실공사 사건마다 크게 분노한 사람이 바로 최일구였으며 부실공사에 대한 취재만큼은 끝까지 캐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또한 어렸을 때 소설가, 가수, 기자 등 막연한 꿈을 가져오면서 힘들었던 고3 생활과 혼란스러웠던 정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 직접 작사, 작곡한 ‘로케트를 녹여라’를 조선대 학생들 앞에서 열창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이처럼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조직, 국가를 위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나아갈 때 어떤 일이 발생할까 고민하고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앵커를 시작하면서는 원고를 앵무새처럼 써주는 대로 읽기 싫었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개성 있는 멘트를 구사해 권위 있는 앵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는 것이다.

굳이 신문은 문어체, 방송은 구어체인데도 ‘-다’, ‘-나’, ‘-까’로 끝나는 말투만 이용하지 우리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요’는 쓰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후 최 앵커는 편의점에서 우연히 구입하게 된 5천원짜리 유머집을 이용해서 멘트를 구상하게 되었고, 딱딱한 뉴스를 보다가 시청자들이 0.5초라도 방긋 웃는 사람들을 위해, 해피 바이러스를 퍼트려 어린 아이도 볼 수 있는 뉴스를 만들고 싶었다.

한 번은 대중가요 노래가사에 술, 담배가 들어갔다고 ‘19금’ 심의를 한다는 리포트 기사를 읽고 시대는 21세기인데 청소년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아직도 옛날 정권처럼 심의를 하냐고 비판했다.

그러려면 어린이들이 읽는 은근히(?) 선정적인 ‘선녀와 나무꾼’ 동화책 먼저 심의하라면서 학생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이와 관련해 최 앵커는 “가려운 데를 긁어줄 수 있는 풍자말투는 상대의 다른 목소리로 인정을 해주고 언로를 막아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는 이경규의 ‘꼬꼬면’처럼 왜 라면 국물은 굳이 빨개야 될까라는 생각을 갖는 것부터 비롯된다고 한다.

또한 권위를 버리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고 서민경제에 활력소가 되어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예를 들면서 탈권위주의처럼 소통을 잘 해서 언로를 막아버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에게는 꿈은 수박처럼 익고 대나무처럼 자란다 라는 말을 일컬어 꿈의 크기만큼 사람이 자란다고 강조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시작도 안 해보고 안타까워하거나 미리 걱정하지 말고, 내가 어떻게 그 자리에 설 것인가부터 고민하라고 했다.

이날 최 앵커는 <시민의 소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노조 파업과 관련해 한 달 만에 파업에 동참한 이유는 따로 없었지만 후배들이 파업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언젠가는 털고는 가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시기를 살펴본 것이었다”면서 “후배 부장들까지 파업에 동참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이제는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예비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언론인으로써 진실에 접근하는 정신자세를 지키며 진정한 사건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관심사에 관련해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되며, 열정을 갖고 진정한 진리가 무엇인가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선배 기자로써의 노하우를 말했다.

한편 2011년 MBC창사 50주년 행사에서 ‘MBC를 빛낸 50+1인'에 선정된 최 앵커는 3월 23일 “지난 2년간의 뉴스 신뢰도 추락에 대해 보도국 부국장과 앵커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보직 사퇴를 전격 선언하고 총파업 행렬에 동참했으며 사측은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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