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타 후보에게 박수치면서 하는 선거
편집국에서>타 후보에게 박수치면서 하는 선거
  • 정인서 편집이사
  • 승인 2012.04.02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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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서 편집이사

표를 달라고 여기저기서 립서비스가 한창이다. 무엇을 해주겠다, 어뗳게 하겠다,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의 달콤한 말잔치가 시끌벅적하다. 내세운 공약들대로만 된다면 금방이라도 좋은 세상이 올 것만 같다.
평소에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던 사람들이 선거 때가 되자 갑자기 ‘짠~’ 하고 가슴에 띠를 두르고 나타나 산타클로스라도 된 양 입으로 선심을 마구 베푼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난 시큰둥하다. 그런 쇼를 한두 번 겪어본 터수가 아니어서다.
우리 같은 무지렁이 백성들한테 무엇을 해주겠다는 것도 못 미덥지만 입후보자들끼리 시시콜콜 비방, 비난하는 것은 더욱 가관이다. 누구는 학력이 어쩌고, 누구는 무슨 비리가 있고, 무엇이 어쩌고 서로 손가락질하는 것은 정말 못봐주겠다.

도토리 키재기 후보들

백성들에게 잘해주겠다는 사람들이 한쪽으로는 상대 후보를 짓밟는 꼴을 보면 과연 이 사람들이 ‘진짜’인지 의심스럽다.
“나는 여러 가지로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다.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시더라도 나를 도와주고 밀어주고 채찍질해주셔야 내가 국회의원직을 잘 할 수 있다. 내 힘은 미약하지만 여러분이 힘을 모아준다면 힘센 국회의원이 되어 국가와 지역을 위해 성실히 일하겠다. 그리고 상대후보도 능력 있는 사람이다. 그 후보에게도 박수를 쳐주시기 바란다. 하지만 정책과 신의를 보시고 잘 판단해주시기 바란다.”

가령 이런 투로 호소한다면 그래도 좀 멋진 선거가 되지 않을까. 후보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상대 후보는 혼내주어야 할 사람이고, 자기는 대단한 사람 같이 보인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뭐, 도토리 키재기가 아닌가.
옛날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연설이 떠오른다. “오늘 지금 이 시간에 박정희 후보는 대구에서 유세 중입니다. 박 후보의 오늘 유세가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기원합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나무에 두 번 올라가라고 했지 세 번 올라가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나무를 흔들어서 떨어뜨립시다.”

남을 비방하는 못난 후보들

3선 개헌 파동 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였는데 지금도 내 머리에는 어린 나이에 들었던 그 장면이 멋지게 각인되어 있다. 서로 열심히 일하겠다면서 온갖 입에 담지 못할 비방을 일삼는다면 과연 그 후보의 공약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정말이지 아이들이 볼까 겁난다.
나는 여기에 쓴다. 지금 국회의원 선거는 ‘19금 선거’라고. 아이들에게 야동을 못보게 하듯 선거도 ‘못 보게’ 하는 것이 교육상 좋을 것 같다.

미국에는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18세기 모습 그대로 사는 ‘아미쉬(Amish)’라는 마을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전통 옷을 만들 때면 일부러 옷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천 조각 하나를 덧대어 만든다고 한다. 왜냐면 완벽한 옷이란 오직 자기들이 믿는 성령만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려고 그런다는 것이다.
내가 완벽하다고, 뛰어나다고, 그리고 상대는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말하기보다는 실행 가능한 정책을 들고 겨루는 멋진 선거를 보고 싶다. 민주주의가 아름답다는 것을 선거를 통해서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이라도 후보들끼리 신사협약을 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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