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바이오산업, 현장을 가다<1>
유럽 바이오산업, 현장을 가다<1>
  • 이재의 전남나노바이오연구센터 소장
  • 승인 2012.03.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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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밀착된 신토불이 형 ‘농공상 융합기업’ 모델
반경 50km 이내서 생산된 유기농 농산물만 사용

유럽의 유기농 현황과 바이오산업 벤치마킹을 위해 지난 3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를 방문했다.
전남생물산업진흥재단과 나노바이오연구센터, 인천 송도테크노파크, 화장품 및 식품기업들이 유기농 원료 생산에서부터 기업의 구매, 생산, 판매가 어떤 시스템으로 서로 연결되고 있는 지를 살펴보는 게 목적이다.
유기농작물을 원료로 가공한 바이오제품에 대한 유럽소비자들의 반응 또한 궁금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나라 바이오 제품의 유럽시장 진출 가능성도 타진한다는 복합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
이번 벤치마킹은 지난해 시작된 ‘3G 바이오사업단’의 글로벌마케팅 프로그램이다. ‘친환경생물산업 고도화를 위한 3G 바이오산업 육성’ 프로젝트는 향후 3년간 총 224억원을 투입하여 추진된다.
전남 산 친환경농작물을 소재로 고급기술로 가공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바이오제품을 생산하자는 것이다. 전남의 생물산업진흥재단과 인천의 송도테크노파크가 서로 뭉쳤다. 전남은 소재를 공급하고, 인천은 완제품을 생산해서 세계시장을 개척한다는 구도다.
3G바이오 사업의 첫 공략지로 유럽을 주목한 것은 이 지역들이 유기농과 바이오산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제품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반응 또한 민감하다. 유기농생산시스템과 유기농소재를 원료로 한 친환경 바이오제품시장의 성장속도가 세계 어느 지역보다 빠르다.

   
▲ 이재의 소장
다뉴브강의 푸른 물결에서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아름다운 도레미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3월 초 알프스 산록은 연한 초록빛이 감돈다. 다뉴브 강물은 아직 차갑게 느껴진다.
강에서 시작된 봄기운은 들판을 거쳐 산정까지 겨울을 밀어 올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는 대지는 기름지게 보이는 거무튀튀한 빛깔이다.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자 모차르트의 고향 짤스부르크와 인접한 오스트리아 시골마을의 봄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도나우강 푸른 물결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알프스의 눈이 녹아서인지 맑고 차갑게 느껴지지만 봄이 되면 수량이 풍부해져 풍요로운 농사의 바탕이 된다.

3대를 내려온 천연유기농 가족회사

도나우강과 가까운 농촌지역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중소기업 ‘스틱스 자연화장품(Styx Naturcosmetic GmbH)'사는 유기농 천연소재를 바탕으로 바이오제품을 만든다. 2010년 오스트리아의 우수 중소기업으로 뽑혀 수상을 하기도 하였다. 한적한 농촌지역 주택가와 인접하여 터를 잡은 회사는 주변의 자연환경과 잘 조화를 이뤄 소박한 느낌을 준다.
오전 10시, 아직 빠른 시간인데도 대형버스에서 내린 노인 40여명이 회사 안으로 들어선다. 현장 체험과 제품 구매를 위해 방문한 관광객들이다. 회사의 마당 한 켠에는 오스트리아 농부들이 논을 갈기 위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낡은 쟁기가 장식용으로 비치돼 있다.
실내로 들어서자 진한 천연 아로마향이 훅 코끝을 자극한다. 20여평 남짓한 실내 전시관에는 각종 유기농산물을 소재로 이 회사가 만든 화장품과 식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다. 샴푸, 크림, 에센스 오일, 향료, 목욕용 비누, 피부보습제 등등.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화장품, 건강용품, 그리고 건강식품들이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이 회사 제품이 오스트리아는 물론 유럽과 러시아에서 유달리 크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유기농 천연소재를 원료로 만든 것들이기 때문이다.
스틱스는 3대째 대를 이어 40년을 내려오는 가족회사다. 종사자는 모두 70여명인 중소기업이다. 창업자 스틱스씨의 이름이 곧 회사명이 됐는데 그는 이 지역에서 한약방을 하던 사람이었다. 의사인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았고, 현재 3대째 사장인 볼프강 스틱스씨는 전문경영인이지만 부인이 역시 의사다.
스틱스씨는 이 회사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자연의 치유효과에 대한 믿음과 알프스의 청정 환경’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 때부터 알프스 산록에서 자라는 천연 식물자원을 활용하여 자연 치유제품을 발전시켰다. 최근에는 자체 연구실에서 개발한 고유의 방법으로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고, 피부에 더욱 좋은 제품을 개발한다.

농민과 회사 신뢰관계 묶어져

▲스틱스사 제품

회사 주변 50km 이내에서 생산된 유기농산물만 원료로 사용한다. 물론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농산물들이다. 농작물 원물에서부터 제품에 이르기까지 타 지역생산물은 사용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지역농민들과 협력관계 속에서 이 지역에서 경작된 유기농 원료만을 사용한다.
스틱스사는 이 지역 유기농협회에 가입된 농가들로부터 직접 원료를 구입한다. 유기농협회는 회원 농가들이 자체적으로 일정한 품질기준을 갖추도록 철저하게 관리한다. 몰래 농약을 사용한다든지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한마디로 농민과 회사가 신뢰관계로 묶여 있는 ‘신토불이형’ 농공상 융합기업이다.
하지만 스틱스의 무대는 전 세계다. 동유럽과 러시아, 한국 등 40여개 나라에 인기리에 수출되고 있다. 한해에 대형 컨테이너 24개 정도 물량이 러시아로 실려 나간다. 제품군도 모든 연령대가 관심을 갖고 구입할 수 있도록 다양화돼 있다. 허브향의 특성과 취향에 따라 성별과 연령, 나라별로 약간씩 소비패턴이 다를 뿐이다.
회사 소개를 간략하게 마친 다음 생산현장으로 안내했다. 제품생산 라인은 5개 분야 주요 시설로 나뉘어있다. 비좁아 보이는 매장과 사무실 바로 옆 건물이 물류창고다. 잘 정돈된 창고에서는 2명의 직원들이 지게차로 각국에 출고될 박스 분류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외양이 허름하게 생긴 또 다른 건물로 들어섰을 때 생산라인이 유리창 너머로 보인다.

▲스틱스사 제품

330㎡ 가량의 그리 넓지 않아 보이는 실내공간에는 자동화된 화장품 GMP 제조시설들이 요모조모 잘 갖춰져 있다. 증가하는 인건비 때문에 수작업으로 하던 것을 얼마 전 자동화시설로 바꿨다고 한다. 옆 건물에 들어서자 장애인들 5명 정도가 비누나 샴푸 등 목욕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그 옆 건물에서는 초콜릿을 생산하고 있었다. 화장품의 주요 구매 고객인 여성들이 초콜릿을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알프스 산록의 유기농원료로 생산되는 스틱스 초콜릿은 일반 제품에 비해 약 2배 정도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선물용으로 화장품과 더불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사용연료에서 제품포장까지 환경친화형

마지막으로 보일러실로 안내했다. 목재 펠렛 보일러는 단순한 보일러가 아니라 전기를 생산하는 터빈까지 달린 일종의 소형 화력발전시설이었다. 공장시설을 가동하는데 충분한 전기가 생산된다고 한다. 부근에서 나오는 목재 부스러기를 원료로 사용하는 신재생에너지다. 이산화탄소 배출 등 지구 환경문제를 감안해서 이런 시설을 도입했다고 강조한다. 핵발전소가 없는 오스트리아에서 환경보전과 에너지 효율 문제는 제조업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분야다.
특히 스틱스씨가 이곳을 일부러 보여주며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 것은 아마도 철저한 자연유기농제품이라는 기업이미지 제고와도 관련이 있어보였다. 제품만이 아니라 생산방식, 경영까지 환경친화적이라는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경영은 포장 박스조차 전부 분리수거하여 다시 재생박스로 활용한다는 데서도 엿볼 수 있었다.

▲스틱스사 제품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주로 오스트리아와 동유럽,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지역에 많이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는 추운 날씨 때문에 유기농 재배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개방 이후 이 지역은 구매력이 큰 신흥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알프스의 청정 이미지를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과 신뢰를 바탕에 둔 철저한 품질관리로 스틱스는 나날이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었다.
오스트리아 시골마을에서 만난 ‘스틱스’사는 마치 ‘녹색의 땅 전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암시하는 것 같아 보였다. 유럽의 친환경 농업은 농업 자체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었다. 환경과 전통, 그리고 기술의 조화 속에서 다양한 고부가가치 바이오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했듯이 유기농 바이오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곳에서는 농업과 농업생산물이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것에 비례해서 유기농 바이오제품은 더욱 각광받고 있었다.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친환경농업과 이를 활용한 건강제품은 이상적인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모델로 보일지도 모른다.
▲천연유기농 자연화장품과 초콜릿을 개발한 스틱스사를 '3G 바이오 사업단'이 방문 견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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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볼프강 스틱스(Wolfgang Stix) - STYX 대표이사

▲볼프강 스틱스(Wolfgang Stix) - STYX 대표이사

- 귀사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알프스의 오염되지 않은 청정 환경에서 생산된 유기농산물만을 원료로 사용한 바이오제품이라는 점이다. 우리 회사는 3대에 걸쳐 이 지역 50km 반경 내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산물과 산야초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인정한 결과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 유럽의 바이오제품 시장전망은 어떤가?
“최근 일반 화학소재를 원료로 사용하는 화장품시장이 10% 이내의 성장률을 보이는데 비해 유기농제품은 매년 25%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당분간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 유럽에 아시아의 바이오제품 진출 가능성은?
“일본 제품이 일부 눈에 띄지만 전반적으로 아시아에서 생산된 바이오제품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아시아의 바이오제품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은 큰 편이다. 특히 한방화장품 같은 분야는 유럽과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제도나 관행이 달라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와 같은 현지 기업들과 협력해서 유럽시장 진출을 시도해본다면 괜찮을 것이다. 우리 제품 또한 아시아지역 진출을 희망하기 때문에 서로 협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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