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탈 호남’ 선언한 민주당, 민심도 떠났다
기자수첩> ‘탈 호남’ 선언한 민주당, 민심도 떠났다
  • 박재범 기자
  • 승인 2012.03.27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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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고리타분한 사자성어를 사용하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요사이 자꾸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열 가운데 여덟이나 아홉이 그렇다는 뜻으로, 거의 예외 없이 대개가 그러하다는 ‘십중팔구(十中八九)’이다.

이유는 이렇다. 퇴근 후 평소 가족들과 반찬거리를 사러 다니는 나는 상인들에게 요즘 지역의 논쟁이 되는 문제에 대해 물어보곤 한다.

요샌 때가 때인지라 얼마 전부터는 투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상인들이나 주민들은 평소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각자의 의견을 내놓곤 하지만 선거에 관해선 달랐다.

“나 투표 안 해라~~ 솔직히 누구를 찍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괜히 투표장 가면 습관적으로 손이 그쪽으로 가붕께 안 갈라요” 이번 총선에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부가 아닌 대부분의 상인들이 선뜻 내 뱉은 대답이다.

십중팔구였다. 그동안 믿었던 민주당이 얼마나 실망을 줬으면 이런 의견이 지배적일까.

27일 한명숙 대표가 무소속 바람이 불고 있는 광주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내려왔다. 한 대표의 광주 첫 일정은 당소속 4·11총선 후보자 등과 5·18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5·18민주유공자회설립추진위원회(이하 공추위)가 “민주당의 이번 공천결과가 잘못됐다”며 “참배를 저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한 대표 일행의 참배는 ‘전략지역 지원 일정’이라는 사정(?)으로 취소했다.

한 대표의 참배 취소를 두고 민주당의 텃밭에서 5·18관련 단체가 참배를 저지하게 되면 볼썽사나운 모습이 매스컴을 타고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 했던 것 같다는 정가의 지적이다. 차라리 참배를 하지 않는게 더 낫다는 계산이었다.

이견을 둔 대상과 협상이나 협의를 하는 이유는 ‘함께 가자’는 의미를 두고 있다. 결국 민주당은 광주와의 '함께 가자'를 저버린 것이다.

공추위와의 접촉을 피한 한 대표는 당일 광주의 한 식당에서 지역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역사적으로 보면 광주의 정신은 항상 이타주의 정신, 희생정신이었다”며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시대정신이 광주에서 일어났고 희생하면서 역사의 물꼬를 트는 곳이 바로 광주였고, 광주시민들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또 “민주정부 10년 동안의 가치였던 사람과 민주와 인권과 평화 등이 바로 광주의 정신이고 민주당의 정신이다”며 “광주가 시민사회, 한국노총과 통합한 민주당의 심장이 바로 광주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여기에 한 대표는 “광주에서 민주당이 외면당하면 나라의 운명은 어디로 가겠나 하는 위기의식 속에서 광주시민들에게 민주당의 4·11총선의 승리를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당부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한 대표의 간곡(?)한 당부가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기자들의 기사로 포털에 시각을 앞 다퉈 오르고 있다. 한 대표의 바람대로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광주시민의 한사람인 나는 이 기사를 접하면서 “과연 참배를 저지하는 공추위 앞에서 한 대표의 당부와 간절함이 이뤄졌다면 민주당을 저버린 민심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마 광주 민심도 십중팔구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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