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만규의 들꽃 이야기 11 - 금낭화
송만규의 들꽃 이야기 11 - 금낭화
  • 송만규 작가
  • 승인 2012.03.23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묵채색 27.3 x 40.9cm
금낭화는 꽃모양이 워낙 독특하게 아름다워서 정원이나 실내 조경을 하는 등 관상용으로 인기 있는 야생화이다. 나에게도 가까이에서 금낭화를 돌볼 수 있는 행운이 돌아왔다. 후배가 앞마당 한쪽에 씨앗을 심어준 것이 무릎 높이만큼이나 자랐다.

등처럼 휘어진 줄기에는 진분홍빛 하트 모양의 꽃송이가 조랑조랑 매달려 있다. 떠오르는 햇살이 투영되는 꽃잎 사이로 하얗게 매달린 모양이 시계추랄까 아니면 맑은 이슬방울이 뭉친 것이랄까, 하여튼 야릇한 또 하나의 꽃잎이 늘어져 있다.

금낭화는 꽃의 생김새가 옛 여인들이 치마 속에 차고 다니던 ‘비단주머니(금낭;錦囊)’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며느리주머니꽃’ 이라고 부른다. 또 ‘아름다운 주머니를 닮은 꽃’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서양에서는 우리와 달리 애틋한 전설이 있다. 왕자가 콧대 높은 소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화가 난 왕자는 다른 방법으로 여러 차례 시도를 해보건만 끝내 이루지 못해 상심에 빠지고 자신의 심장에 칼을 꽂고 숨졌다.

이후 왕자의 무덤에서 이 꽃이 피어났다 하여 'Bleeding heart'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아름다운 꽃은 여인을 떠올리게 하는가 보다.

금낭화는 약용으로도 이용된다. 뿌리를 ‘하포모단근(荷包牡丹根)’이라 하고 전초를 ‘금낭(錦囊)’이라 하여 사지마비, 종기, 타박상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봄에 어린순은 따서 삶은 다음 물에 담가서 며칠 동안 독성을 우려 낸 다음 나물로 무쳐먹거나 나물밥을 해 먹는다. 잎은 특히 달팽이가 좋아한다고 한다.

/송만규 작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