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돈 만원 들고 벌벌 떨다
시장에서 돈 만원 들고 벌벌 떨다
  • 문틈/시인
  • 승인 2012.03.2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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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세 끼 식사에 비용이 얼마나 들까. 가정마다 다르겠지만 평균 식단을 놓고 어림잡아보니 한 끼 당 3천원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3~4명의 가족이면 식비로 한 달이면 돈이 100만원이 넘게 드는 셈이다. 순전히 먹는 데만 드는 비용으로서다.
시쳇말로 기본 생존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뭐, 엥겔계수가 높다느니 이딴 먹물 같은 소리는 하지 말라. 당장에 가족들 목구멍에 넘어가는 비용이 이렇고 아파트 관리비, 문화생활비, 경조사비, 병원비 같은 비용까지 셈하면 정말 악, 소리가 절로 나올 판이다.

절약은 언 발에 오줌 누기

내가 하는 일이란 틈만 나면 집에서 식구들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 플러그 뽑기, 돈 들여 외부에 맡기지 않고 강아지 목욕 시켜주기, 책 구입 줄이고 마을 도서관 이용하기, 생수 대신 수돗물 끓여 마시기(소독냄새가 너무 심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생수를 마신다), 그리고 피자 배달 대신 파전 부쳐 먹기 등 최대 한도 비용지출을 줄이는 노력들이다.
그래봤자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이 혹독한 불황에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사는 것일까. 네거리에 지켜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붙들고 물어보고 싶다. 이 험난한 세상 무얼 먹고 어떻게 살아가세요?
정부는 물가가 4% 정도 올랐느니 하지만 실제 장바구니 물가엔 턱도 없는 소리다. 정말 정부 관리들은 서민들의 물가 현실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남미나 중동 같은 데서는 우유값이 폭등했네, 무엇이 올랐네 하면 군중들이 거리로 나와 대규모 집단시위를 벌인다.

광우병시위는 하고 물가시위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있지도 않은 광우병 같은 엉뚱한 시위에는 유모차까지 끌고 나가면서도 정작 생필품값이 폭등하는 데에는 가족 모두 손가락 빨지 뭐, 그러는지 어쩌는지 모르지만 물가 불만 시위는 하지 않는다.
아내는 마트에 가면 사고 싶은 것을 들었다가 가격표를 보고는 내려놓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한때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겼던 우리 집이 이럴진대 다른 어려운 형편인 사람들은 어떨지 물어보나마나다.
관리들은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소비를 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야 시장이 돌아가고, 공장이 돌아간다고. 이런 참, 한 가족이 먹고 살기에도 바쁜데 거대한 국가경제를 생각해 소비하라는 것은 한참 무리다.
한 가족이 어려우면 국가사회가 도와주는가. 그런 말은 1퍼센트 부자들에게나 들려줄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거꾸로 말한다.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자린고비가 되어 돈을 더욱 아껴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MB 예산 10% 절약 어떻게 됐나

절약은 옛날에도 선(善)이었고 지금도 선이다. 전기가 모자란다면서 왜 밤이면 온 나라 구석까지 쓸데없는 네온사인을 켜서 나라를 불야성으로 만드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경기가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아내가 돈 만원을 아껴 쓰는 그 마음이 모이고 모여 추운 겨울 속에서 따뜻한 봄을 마련해 가는 것이다. 그런데 가계는 한 푼이라도 아껴 쓰는데 어떻게 된 셈인지 우리의 혈세는 아껴 쓰는 것 같지 않아서 불만이다. 도처에서 혈세 새는 것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예산의 10퍼센트를 절감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데 과연 지금 그 공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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