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튼 프리드만이 ‘이론적 씨앗’을 심고, 80시절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가 앞장선 시장만능주의(시장:정부=9:1), 미국은 카터의 민주당 정부에 실망감에서 그리고 영국은 70시절 노동당 정부의 영국병(복지병과 노조병)으로 승승장구하고 떵떵거렸다. ‘작은 재정, 강한 정부’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미국은 이슬람국가와 대립하고 영국은 포클란드 전쟁과 IRA테러에 강경하게 싸웠다. 그건 미국과 영국의 국가적 자존심을 높여주어서 미국 공화당의 레이건8년과 부시4년 그리고 영국 보수당의 대처12년을 지탱해 주었지만, 그 어두운 그늘도 짙어갔다. 그 어두운 그늘이 80시절에 그치지 않고, 90시절과 00시절까지 뿌리박혀 이어져서 ‘사기 자본주의’로 끝내 ‘99:1의 양극화 세상’을 만들고야 말았다. 이 영화는, 그 시절의 그 대립과 갈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재미있고 대사의 깊은 맛을 알 수 있으며, 그걸 잘 모르거나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지루해서 졸릴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내 재미는 A0이지만, 대중 재미는 C+아래쪽이겠다.
영화기술도 A+로 빼어나다. 스토리의 내용과 전개도 좋고, 영상 · 음악 · 미술 · 의상 · 무대 · 조명이 모두 뛰어나지만, 무엇보다도 메릴 스트립의 분장이 매우 뛰어나다. 주연 · 조연 · 엑스트라 어느 하나 거슬림이 없을 뿐만 아니라, 특히 메릴 스트립이 그토록 실감나게 연기하도록 만들어낸 건 그녀의 연기력에 감독의 역량도 크게 한 몫 거들었을 것이다. 필리다 로이드, 대단한 능력을 가진 보수파 여성감독이다. [댄서의 순정]을 문근영에 의한 · 문근영을 위한 · 문근영의 영화라고 했고, [레슬러]를 미키 루크에 의한 · 미키 루크를 위한 · 미키 루크의 영화라고 했는데, 이 영화도 메릴 스트립에 의한 · 메릴 스트립을 위한 · 메릴 스트립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그녀가 대처보다도 훨씬 더 대처다우니, 더욱 그러했다. 문득 포스터에서 “대처 자신보다 더욱 대처답다.”는 느낌이 감동을 넘어서서 전율로 몸서리쳤다. 부르르~, “와우!”
도대체 그녀의 연기가 어떻게 “대처보다도 더 대처답다.”는 걸까? 메릴 스트립의 연기에 감동해서 인터넷 마당에 마가렛 대처의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녀의 연기에 사뭇 감흥했지만, 이토록 철저하게 준비해서 연기할 줄이야! 놀랍다. 몸짓 · 표정 · 제스처 · 걸음걸이도 매우 그러했고, 말의 음색 · 억양 · 톤까지도 매우 그러했다. 굳이 다르다면, 마가렛 대처보다 메릴 대처가 더 카리스마 있고 단아해서 품격이 더 높다. 마가렛 대처는 강렬하긴 하지만 강퍅해 보이기도 하고, 그 강퍅함이 음색으로나 표정으로나 표독하고 마귀할멈 같은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메릴 대처는 강렬하면서도 고아하고 단단하면서도 단아한 느낌이어서 강경한 보수의 엄숙한 카리스마로 전형을 보여주니, 마가렛 대처보다도 ‘강경 보수파’의 이상적인 이미지이다. 그녀가 마가렛 대처를 그대로 똑 같이 흉내내는 것보다도 대처의 ‘강경 보수파’ 모습을 더욱 선명하고 강렬하게 보여주는 게 훨씬 더 예술적이고 훌륭하다고 본다. 마가렛 대처의 “퍼펙트!”한 흉내를 넘어서서, 더욱 강렬하게 단아한 메릴 대처를 새롭게 창조하였다. 그녀의 배우인생에서 [메디슨 카운티 다리]의 명연기를 웃도는 최고의 연기이다. “메릴 스트립이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