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도 칠리다(Eduardo Chillida)의 조각 작품
에두아르도 칠리다(Eduardo Chillida)의 조각 작품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01.15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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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갤러리]20세기 현대 조각의 거장 광주에서 전시
▲ BERLIN PROJECT_STEEL 13x15x15cm 1999 ⓒZabalaga

 20세기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조각가인 ‘에두아르도 칠리다(스페인, 1924-2002)’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광주신세계갤러리는 스페인적 장인 정신에 뿌리를 두고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미의식 등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 칠리다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18일부터 2월 20일까지.

이번 전시에는 에두아르도 칠리다의 조각, 콜라주, 판화, 아티스트 북 등 총 61점을 선보이며 일생에 걸쳐 탐구한 ‘공간’이라는 주제가 돌, 철, 점토, 종이 등 다양한 재료로 변주되어 안과 밖, 채움과 비움, 있음과 부재, 실체와 여백 등 공간을 이해하고 보여주는 중층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칠리다는 스페인 바스크 지역 출신으로 생애의 대부분을 스페인의 소도시 산세바스티안에서 살면서 작품활동을 했다. 지역성에 토대를 두고 작가 자신의 내면에 수도자적인 몰두를 하면서도 철학, 문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주제의식을 통해 세계인이 공감하는 뚜렷한 개성의 예술세계를 창조한 작가로 명성이 높다.

따라서 칠리다는 기존의 공간에 대한 단편적 생각을 넘어선 새로운 개념과 미의식을 찾고 그것을 조형적으로 구현하였다.

칠리다는 전세계 주요 장소에 설치된 공공적 성격의 미술품과 현대미술의 전환적 시점을 제공한 많은 주요전시를 통해 뚜렷한 작가적 족적을 남기고 영향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본격적인 소개가 없었다.

이번 신세계의 전시는 스페인의 칠리다 유족의 협조와 칠리다 레쿠 미술관Chillida-Leku Museum의 출품으로 이루어졌고 국내 첫 번째 본격적인 칠리다 개인전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신세계갤러리 본점(2011.10.19-12.12), 인천점(2011.12.14-2012.1.16)전시에 이어 광주점(2012.1.18-2.20)에서 진행되고, 부산 센텀시티점(2012.2.22-4.2)으로 순회될 예정이다. 

신세계갤러리 오명란 큐레이터는 “에두아르도 칠리다 작품의 절제된 구조적 형태와 견고한 구성은 조화와 긴장감을 동시에 유도하며 철학적 깊이를 느끼게 해준다"면서 "시대를 초월하는 열정적인 창조력과 예술혼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OXIDO, EARTH_OXYD 23x15x7.3x6cm 1978 ⓒZabalaga-Leku.JPG
한편 이번 전시는 두 가지 이벤트를 마련, 겨울방학을 맞이한 어린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에두아르도 칠리다 “아트클래스”는 전시를 관람하면서 동시에 칠리다의 작품을 손쉽게 설명한 워크북을 이용한 미술수업이다. 전시 기간 중 매주 목요일 (1/26, 2/2, 2/9, 2/16) 오후 3시에 진행한다.

 

또 하나의 이벤트는 ‘피아노와 함께하는 추상 조각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칠리다의 작품을 바흐의 음악과 연결시켜 피아노 연주를 곁들인 전문가의 깊이 있는 강의이다. 미술과 음악의 미적 교감을 깊은 감동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더불어 어렵고 재미 없게만 느껴졌던 추상미술의 영역을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 기간 중 매일 11시, 1시, 3시, 5시, 7시 전시 설명회를 진행하는데, 이외 시간을 이용하고 싶거나, 단체관람을 원할 경우 갤러리에 문의하면 된다.

■ 작가와 작품세계

1.칠리다의 삶

에드아르도 칠리다는 1924년 1월 10일 산세바스티안에서 출생했다. 1943년 마드리드에서 건축을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1947년 중단하고 미술협회에서 드로잉을 시작했다. 이듬해 파리로 이주한 칠리다는 조각가로서 활동을 시작하며 살롱드메에 작품을 출품했다.

필라 벨준세와 결혼한 이듬해인 1951년 에르나니로 이주했으며, 이곳 바스크 지방에서 그는 다시금 그의 문화적 뿌리를 재발견하고 그의 첫 번째 추상 조각 <일라릭(Ilarik)>의 재료이자 새로운 형태의 가능성을 실험하게 될 재료 철을 발견한다. 3년 후 마드리드의 클랜 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 칠리다는 곧 아란싸수 바실리카의 문을 설치하며 공공조각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1958년 제29회 베니스비엔날레 조각부분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1960년 칸딘스키상, 1966년 빌헬름 렘브룩상, 1985년 카이저링미술상, 1987년 아스투리아스왕자상, 1991년 일본 임페리얼상 등 수많은 국제미술상을 받았다. 칠리다의 작품은 전 세계의 미술관과 공공장소에 소장되어 있으며, 베를린, 런던, 뉴욕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전시가 개최되었다.

1984년 우연한 기회에 자발라가 농장을 발견한 칠리다는 그의 문화적 뿌리를 재발견하며 에르나니로 돌아오게 된다. 처음에 농장 부지는 완성된 작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다가 2000년 9월 마침내 칠리다-레쿠 미술관으로 공식 개관하며 대중에게 문을 열었다.

에두아르도 칠리다는 그의 최대 꿈이었던 산 한 가운데의 공공 조각 틴다야 프로젝트의 완성을 보지 못한 채 2002년 8월 19일 눈을 감았다. 그가 남긴 많은 작품은 현재 칠리다-레쿠 미술관에서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2. 칠리다의 작품세계

“칠리다의 작품 하나하나는 새와 같이 공간을 상징한다. 각 작품은 모두 다른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철은 바람을 말하고, 나무는 노래를 말하고, 설화석고는 빛을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작품은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 공간. 한계의 웅얼거림, 거친 노래: 바람-영혼의 오래된 이름-이 불고 끊임없이 공간의 집 안을 맴돈다.” -옥타비오 파즈 (Octavio Paz(1914-1998) 멕시코의 시인, 노벨문학상 수상자)

칠리다의 작업은 작가가 끝까지 고수했던 그만의 독창적인 조형언어와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칠리다는 오천여 작품을 통해서 다양한 기술과 재료로 공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드러냈다. 초기 드로잉은 구상적이고 매우 전통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며 주로 친구, 친척들의 초상화와 몇몇 여성 누드 작품을 포함한다.

1950년대 초에 제작된 드로잉들은 공간을 형성하기 위해 서로 겹쳐진 여러 개의 선들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칠리다 작업의 방향이 추상으로 서서히 나아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점토를 이용한 작품을 시도한 후, 처음으로 주목을 받은 작업은 1949년 살롱드메에 출품한 석고로 제작한 조각 작품이었다. 하지만 칠리다가 가장 선호한 재료는 철이었다.

그는 에르나니의 어두운 대장간에서 발견한 금속재료 철을 이용해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형성하며 앞으로의 작품 세계를 통해 드러날 독창적인 길을 개척하게 된다. 또한 끊임없이 지식을 갈구하며 나무, 설화석고, 콘크리트, 흙과 같은 다양한 재료를 실험했다.

1960년대 중반에는 목재를 사용해 그의 아이디어를 더 큰 규모로 실현할 수 있었으며, 이 무렵 다녀온 그리스 여행을 통해 칠리다는 고전주의와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찾아 설화석고로 조각을 제작한다. 설화석고의 반투명성을 통해 빛과 건축을 조망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1970년부터 콘크리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공공조형물 제작에 있어 중요한 재료가 되었다. 콘크리트에 대한 칠리다의 접근은 기술적이거나 건축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그 재료에 새로운 특성을 부여하기 위한 예술적인 실험이었다.

이 시기의 또 다른 새로운 재료는 샤모트 점토이다. 그는 이 재료를 사용해 <루라크(Lurrak)>와 <옥사이드(Oxides)> 시리즈를 제작했는데, 이 조각 작품의 부드럽고 단단한 표면은 대지 자체를 연상시킨다. 몇몇 작품의 표면에는 베어낸 흔적을 남겼고, <옥사이드> 시리즈에서는 산화제를 페인트처럼 사용해 조각 위에 검은 붓 자국의 느낌을 남기며 표면 위의 공간성을 탐구했다.

종이를 사용한 칠리다의 작품은 다양한 형태와 표현방법을 보여주며, 처음 드로잉으로 시작한 수많은 콜라주와 판화를 남겼다. 그러나 <중력(Gravitation)> 시리즈에서 종이는 조형적인 형태를 띄게 된다. 1980년대 후반의 새로운 시도인 <중력> 시리즈는 여러 겹으로 쌓은 종이를 잘라내고 서로 이어 만든 일종의 부조작품으로 실을 이용해 내려 걸도록 만들어 다양한 면들이 공간을 사이에 두고 존재한다. 이 방식을 통해 칠리다는 콜라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전에 접착제가 하던 역할을 공간에 부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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