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그 시절 그 추억 7 - 방과 후면 달려가던 오락실
아련한 그 시절 그 추억 7 - 방과 후면 달려가던 오락실
  • 차소라 기자
  • 승인 2012.01.10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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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에 집중력을 발휘했던 장소

‘뿅뿅’ 거리는 저렴한(?) 사운드를 풍기던 시절이 있었다. 단순한 화면과 게임방법이지만 어릴 적 학교가 끝나면 다들 오락실을 찾았다. 그 곳에선 게임 하나로 영웅이 됐고, 처음보는 사람들과도 친구가 됐던 추억의 장소다.

흑백부터 컬러까지

한국에서 전자게임은 7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당시엔 흑백 화면이었을 뿐 아니라 ‘벽돌깨기’나 한층 한층 내려오는 외계인을 공격을 하는 ‘스페이스 인베이더’ 등 단순한 게임이 주를 이뤘다.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경우 발매 당시 일본에서 100엔(円) 동전 부족 현상이 발생하기도 할 만큼 인기가 있었다.

80년대 오락은 흑백화면에 벗고 여러 색을 입히면서 일대 변신을 거쳤다. 단순한 게임 형식도 약간은 업그레이드 돼 갤러그, 너구리, 킹콩 등의 게임이 주를 이뤘다.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게임은 단연 ‘갤러그’다. 갤러그는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조작법은 비슷하지만 적들이 사방에서 공격을 했다.

갤러그는 남학생 여학생 따질 것 없이 인기가 많았다.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에 갤러그 게임이 저절로 연상되어 공격을 하고, 가만히 있어도 갤러그 특유의 ‘뿅뿅’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많은 학생들은 게임에 푹 빠졌다. 굳이 갤러그가 아니더라도 ‘1942’같은 비행기 게임이 인기가 많았다.

오락실에서는 ‘꼼수’를 쓰는 아이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돈은 없고, 게임은 하고 싶었던 아이들은 일명 ‘틱틱이(전기 라이터 점화장치)’를 이용해 돈을 넣지 않고도 게임을 했다. 책받침을 이용한 학생도 있었다. 플라스틱 책받침을 얇게 잘라 넣어 동전이 들어가는 곳을 건들이는 방법이다. 운이 좋은(?) 학생들은 종종 이용하긴 했지만, 걸릴 경우 호되게 혼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체감게임 전성시대
90년대 오락실은 ‘전성기’를 맞았다. 게임은 점차 그래픽이나 음향 면에서 발전됐고, 게임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특히 ‘스트리트 파이터’나 ‘철권’은 남학생들의 이야기 소재였다. 좁은 오락실에서 조이스틱과 버튼으로 격투를 하는 아이들은 공부할 땐 볼 수 없던 집중력을 모두 쏟았다.

▲ 철권은 예나 지금이나 오락실의 '효자' 게임이자 '꽃'이다.
게임을 얍삽'하게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한번 공격을 하고 도망만 다니면 어린마음에 싸움이 벌어졌다. 좀 격하다 싶은 애들은 의자를 던질 정도였다.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고, 애먼 주인은 비싼 오락기계 걱정에 전전긍긍했다.

심지어 오락실에 ‘노래방’이 들어섰다. 항상 남학생들의 아지트였던 오락실이 90년대 중반 노래방으로 인해 여학생이 더 많이 찾았을 정도다. ‘물이 좋다’고 소문이 난 오락실에는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많이 몰렸고, 다들 노래방 부스 안에서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

거기에 조이스틱과 버튼을 탈피한 게임도 속속 등장했다. 상하좌우(←↑→↓) 버튼을 발로 밟으며 하는 게임으로 DDR 각광을 받았다. 이어 한국에선 펌프를 내놨다. 펌프는 DDR과 하는 방법은 같으나 네 개의 발판(↖↗↙↘)과 가운데 발판까지 5개로 이뤄졌다.

노래방 DDR 뿐만 아니라 이지투디제이(EZ2DJ)이라는 게임도 인기가 좋았다. 이지투디제이는 손가락으로 누르는 5개의 버튼과 발판, 턴테이블까지 갖춰진 음악게임으로 한국 게임 개발사인 어뮤즈월드에서 개발됐다. 그 후 드럼게임이나, 큐베이터 등 다양한 체감형 게임이 인기를 끌었다.

한번쯤 들어봤을 ‘오! 학교에 안갔어. 오! 집에가기 싫었어 열 받아서 오락실에 들어갔어’하는 한스밴드 ‘오락실’이라는 노래도 90년대에 나왔다.

오락실 대신 집에서 즐겨라?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 오락실도 점차 기억에서 잊혀졌다. 98년에서 2000년 사이 광주는 1300여 곳이 오락실로 운영됐지만 현재 오락실은 50여개 정도 남았다. 그마저도 유동인구가 많은 충장로 일대나 대학가 근처만 남았을 뿐이다.

주 고객층이었던 중·고등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늦게 끝나기도 하고, 방과 후 학원 등 활동으로 오락실을 찾지 않게 됐다. 또한 굳이 오락실을 찾지 않아도 컴퓨터의 보급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더 다양하고 그래픽이 좋은 게임 등을 즐기다보니 오락실보다 PC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외에도 닌텐도나 Wii(위) 등을 이용한 게임으로 걸으면서 게임을 즐기게 됐고, 좀 더 생생한 체감형 게임이 생겼다. 테블릿PC를 연결하면 예전 오락기계 같이 조이스틱과 버튼형 게임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와 오락실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졌다. 서로 실력을 겨루고 잘하는 사람을 보면서 부러워하던 기억이 점차 잊혀지고 있는 것이다.  

   
용봉동 밀레니엄 게임랜드 정태종 (54) 사장
▶ 요즘 오락실을 찾는 주 고객은 어떻게 되는지?
-전남대학교 근처다 보니 전남대 학생들이 주로 찾는다. 그 외에도 오락 게임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편이다. 같은 광주라고 해도 2번씩 버스를 갈아타고 오는 사람도 있고 서울이나 담양, 나주 등에서도 많이 찾아오는 편이다.

▶ 사람들이 굳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뭐한다고 여기까지 와서 오락을 할까’ 싶었지만 마니아 층 기호에 맞게 기계를 맞춰서 많이 찾는 것 같다. 기계를 조작하는 손잡이의 경우 고전게임 할 때는 좋나 안 좋나 별 차이가 없지만 격투게임 같은 경우는 손잡이가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지투디제이(EZ2DJ)는 스위치 동작이 정확하게 맞아줘야 재미가 있으니 신경을 쓰는 편이다. 스위치나 조이스틱 경우 기술자에게 주문을 한다. 더 비싸지만 손님들한테도 좋고 수명도 길어 두 번 손댈 거 한번 손대니 일석이조(一石二鳥)다.

▶ 오락실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락실이 없어져가는 것도 안타깝고, 하락세를 타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마음뿐 이다. 우리나라에서 게임 수준이 얕다. 조금 한다는 게임은 일본에서 수입을 한다. 우리나라 게임은 한 달 정도 있다가 시들어간다. 테크니카랑 이지투디제이(EZ2DJ) 말고는 수명이 짧고, 수입을 하다 보니 기계 값이 비싸고, 우리나라에서 좋은 게임을 만들어서 싸게 보급해서 오락 문화를 다시 도약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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