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만규의 들꽃이야기2 - 처녀치마
송만규의 들꽃이야기2 - 처녀치마
  • 송만규 작가
  • 승인 2012.01.06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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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채색 45.5 x 33.4cm
이른 봄 아직 눈이 남아 있을 때 만날 수 있는 처녀치마, 시집가던 날 큰 누님의 치마폭을 떠올리게 한다. 큰 누님은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집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혼례를 올렸다. 토방 끝에 선 집사가 진행하는 대로 누님은 절을 한다. 그때 길게 늘어뜨린 치마주름이 어찌나 곱고 우아하던지 꽃 이름을 듣자 얼른 그 기억이 떠오른다.


처녀치마는 보랏빛 통꽃이 날씬한 줄기 끝에 3~10송이씩 모여 핀다. 꽃잎 속에 수술과 암술을 가린 채 아래를 향해 매달려 있는 모양이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인이 연상되기도 한다. 꽃잎을 찬찬히 들여다보다 짧은치마 속이 궁금해서 개구쟁이 짓을 하곤 하던 어린 사내 녀석들의 호기심 많은 얼굴이 스쳐 웃음이 난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대부분의 식물들은 계절과 함께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처녀치마의 잎은 늦가을까지도 푸르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낙엽이 떨어지면 고스란히 듬뿍 받아 안고 그 밑에서 겨울을 지낸다. 강인한 수염뿌리는 겨우 내내 그 생명력을 잉태하고 있다 꽃을 피운다.


특이한 점은 꽃이 지고 난 후에 꽃대가 더 자라서 50센티미터 정도에 이른다. 이는 바람에 쉽게 흔들려 씨앗을 널리 퍼뜨리게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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