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 하나까지도 되살려야죠
모서리 하나까지도 되살려야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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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 모형만드는 김동선 씨>

언론보도후 자료모일까 기대했는데
떠들썩함 뒤에 남은건 하나도 없어


80년 5월 광주 모형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동선 씨(41).(본보 5월 19일자 보도참조)
지난 5월 그는 특별한 존재였다. 95년부터 이 작업을 시작했지만 이렇게 많은 언론이 그를 주목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알려지면 그동안 자료가 부족해서 더디게 진행되던 작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보다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언론 보도에 많은 기대를 걸었었다고 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 후 그에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이 언제 전시회 열 것이냐, 앞으로는 무엇을 만들 것이냐에 관심이 많지, 지금 하는 작업이 힘들겠다, 앞으로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겠다는 등의 말은 안하더라구요" 오히려 이런 점들이 서운했다고 그는 털어놓는다. 그에겐 격려아닌 '부담감'으로 다가온 셈.

뿐만 아니라 다른 일간지에서 1면 머릿사진으로 나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중앙 일간지들은 취재를 해 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조차 싣지 않았다고 했다. "언론이 정치적인 성격을 띠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봐요" 그리고 광주 언론들마저 그가 5·18 당시 자료를 애타게 찾고 있다는 사실보다는 이미 완성이라도 된 것처럼 떠들썩하게 보도한 뒤 아무일 없었다는 듯 조용하기만 하다고 했다.

"해마다 이벤트를 준비해야겠어요. 그래야 저의 작업을 사람들이 인식할 것 아닙니까" 자료를 찾기 위해선 80년 5월 광주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그는 이런 방안까지 생각해 본다.

냄비 언론. 무관심한 정부에 실망감
그래도 그의 자료찾기는 계속된다


20년전 재수생으로써 광주를 겪었던 그가 20년 후 광주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80년 당시에는 한쪽에서는 시위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 손 잡고 평화롭게 다니는 그런 조화스런 분위기였죠" 그런데 지금은 "5·18이 되도 '아! 5·18이구나' 말하지도 않을만큼 무관심한 사람과 5월만 되면 광적으로 변하는 사람들. 이렇게 두 부류로 나뉜 것 같아요" 그가 말하는 두 부류는 5월만 되면 광적으로 변하는 언론과,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 정부의 안일한 모습과도 흡사하다.

지난 4일 그는 다시 광주를 찾았다. 이번 방문도 자료를 찾기 위해서다. 다행히 이날은 광주를 찾은 보람이 있었다. 작업을 시작한 후 YMCA에서 최초로 설계도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상무관의 경우는 직원들까지 동원해 직접 사진을 찍고 실측해서 작업했는데 이 설계도면만 있으면 작업 기간이 3분의 2는 줄어들죠" 설계도면과 자신의 기억을 맞춰보는 그를 통해 5·18은 점점 되살아나고 있었다.

"역사는 추억도 아니고 추측도 아닌 정확한 사실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모서리 하나까지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료를 찾고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자료를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단적인 예로 5·18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인 도청의 경우 이곳은 보안상 설계도면을 개인에게 공개하지 않아 그의 5·18 재현 작업은 더욱 더딜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개인에서 시작된 5·18 작업은 개인의 한계를 넘기 어렵다는 것이 그가 피부로 느끼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기에 오늘도 변함없이 모형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한편, 김동선 씨의 518 망월동 묘역 재현 작품은 오는 21일까지 광화문 갤러리에서 열리는 한국 민주화운동 사료 전시회(주최 재단법인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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