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나는 아파트 가꾸는 마당발
사람냄새 나는 아파트 가꾸는 마당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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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지방선거는 벌써 시작됐다. 여기저기 선거캠프가 차려지고, 입지자들은 이모임 저모임 얼굴내밀기에 바쁘다. 내년이면 풀뿌리 지방자치가 시작된지 어언 11년째, 민선 3기로 접어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 과연 우리는 '스스로 다스리고'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자율속에서 참여를 이끌어 내고, 분권을 이뤄 조그마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이다. 말보다는 실천이다. 이들은 더이상 중앙집권기의 기존 정치행태를 따르지 않는다. 열외되더라도 기성의 것에 줄서기는 하지 않는다. 지역과 동네에 뿌리를 내리고 묵묵히 새로운 자치모델을 개척할 뿐이다.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하며, 자치시대 신주류로 떠 오르고 있는 이들 '풀뿌리 활동가'를 발굴 소개한다. <편집자주>




<자치시대, 신주류>-1
사람냄새 나는 아파트 가꾸는
마당발 관리소장
도천동 중흥파크 김화자씨

"아니, 자치회나 부녀회가 있는데도 관리소장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지난 5월 25일, '아파트공동체와 살기좋은 아파트 만들기 실천사례'를 주제로 집담회가 열린 광주시 북구 신안동 주민자치연구소 사무실. 참석자들은 발표자가 소개한 사례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들이다.

주민민원 행정 공개 대토론회, 아파트 주민 대축제, 주민문고 설립…등. 주민자치운동이나 아파트공동체운동이란게 실은 자기가 사는 동네를 잘 가꾸자는 것인데…, 아파트 입주자도 대표도 아니고 피고용인에 불과한 관리소장이 전체 주민들과 어울려 이런 일을 꾸며왔다는 게 쉽사리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생활민원 공개토론회 열어 해결
주민문고 운영.아파트 축제 등
주민자치 운동 새 모델 만들어
> "아파트는 내 직장, 나도 주인입니다"


이날 끝내는 주민자치위원 등 참석자들의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며 광주지역 아파트 공동체운동의 새로운 전범을 만들어 가고 있는 사례로 꼽힌 이가 바로 광산구 도천동 중흥파크 김화자 관리소장(39). 한 참석자는 김소장을 가리켜 "출퇴근하는 '남의 아파트'에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벌여가는 통 큰 관리소장"이라고 불렀다.

김소장이 처음으로 벌인 일은 공채로 갓 부임했던 지난 1998년 6월 '주민 민원 공개 대토론회'. 408세대의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에 있는 서산콘크리트 공장을 오가는 과적차량으로 인해 도로가 파손되고 먼지 및 소음공해가 심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심지어 비아초등학교에서는 과밀학급으로 어린 학생들이 콘테이너박스에서 수업을 하는가 하면, 버스노선이 충분치 않아 주민들 불편을 겪는 등 민원이 산적해 있었다.

김소장은 우선 이들 생활민원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했다. 방법은 피켓시위나 연좌시위 등 그동안 '동원'과 '물리력'에 의존했던 민원해결방식이 아닌 대화와 토론. 생활불편 민원들을 요약해 주민들의 서명을 받은 후 광산구청에 정식으로 민원을 내고 토론회를 제안했다. 토론회는 받아들여졌고 콘크리트회사, 구청, 교육청 관계자들이 토론회에 나와 주민들과 머리를 맞댔다. 특히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은 주민들의 민원내용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아 토론회장에서 시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해당 관청과 업체는 시정을 약속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테두리내에서도 얼마든지 주민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인 것.

김소장은 이밖에 부녀회와 함께 아파트 주민축제인 '한마음 축제'를 개최하고, 작은 기금마련 행사나 기증품으로 주민문고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이 곳 아파트축제는 인근 첨단에서까지 400여명의 학생과 주민이 몰려들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또 축제기간중에 '살기좋은 우리 아파트'라는 주제로 어린이 사생대회를 개최, 100여명의 참가작품 전체를 아파트 옹벽에 전시해 볼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김소장은 "요즘에는 아파트관리소장도 자격증을 갖춘 전문직업인이다"며 "과거의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고, 관리소장의 지위를 보장하고 서로 신뢰관계를 갖는다면 누구든지 아파트주민들과 살기좋은 아파트를 만드는데 앞장설 것이다"고 말했다.



*김화자씨는
전남대 지역개발학과(81학번)를 나와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 하나를 둔 맞벌이 주부. 아파트관리사자격증은 지난 1996년 북구청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땄다. 자신도 인근 첨단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매일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는 '남의 아파트'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별 문제 없으면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내 아파트, 이웃주민'이라는 친근감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파트축제를 확대해 같은 생활권인 첨단의 지역문화축제로 만들 계획이다. 최영오 중항파크 자치회장은 "김소장 부임후 아파트 주민들이 친밀해지는 등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며 "관공서나 아파트건설업체를 찾아가 헌책도 받아오고, 기부금도 지원받아 오는 등 발이 넓고 수완이 좋다"고 김소장을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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