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읽기-우아한 귀부인 아무나 하나
그림읽기-우아한 귀부인 아무나 하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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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루이 다비드 '르까미에 부인의 초상' (1800년 작품)

둘째 아이를 낳고 산후 조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 고민했습니다. 저는 친정 어머니가 안 계시거든요. 첫 애는 시댁에서 같이 살던 터라, 시어머님께 본의 아니게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아무리 잘 해주셔도 어려운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해서, 거금을 들여 집에 와서 숙식을 하면서 아이도 돌보아주는 분을 불렀답니다.

나무그림이 태어나서 그렇게 호강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일하러 오신 아줌마 자체도 너무 잘 만나서 어찌나 부지런하고 싹싹하신 지. 집안 곳곳 먼지 하나 없게 다 청소하고, 차 마시고 싶다면 차 대령하지…. 큰 애 장난감 씻기까지 정말 안 하는 일이 없으신 분이었답니다. 하하하, 제 인생에 이런 날이 있으리라곤…. 물론 그 행복한 귀부인 생활도 딱 3주로 끝났지만 말입니다.

사람이 돈이 다는 아니지만 어차피 자본주의에 뿌리를 둔 나라에 사는 이상, 돈이란 것이 얼마나 그 사람을 빛나게 해주는 지, 알 것 같더군요. 이래서 돈 돈 하는구나 라구요. 속물이라고 남 욕해봤자, 나 역시 속물인 것도 그 때 어렴풋이 나마 깨달았다고 하면 좀 과장일까요?

3주 천하의 꿈

그림 속 여인 한번 보실래요? 이 그림, 실제 크기가 어지간해서 눈에 확 들어온답니다. 왜 그 말을 하느냐 하면요, 루브르엔 그림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일렬로만 그림을 전시할 수 없어서 벽 위로, 아래로 닥지닥지 그림을 빡빡하게 전시한답니다. 그래서 어지간히 그림에 기본 지식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벽면에 도배되어 있다시피 한 그림의 그 양 자체에 질려 대체 뭘 보았는지, 뭘 보러 왔는지 조차 잊어버릴 정도거든요.

아무튼 그 많은 그림들 중에 유난히 이 그림은 크기 면에서도 우선 뒤지지 않지만 그 섬세하고 고상한 자태, 다정해 보이는 색상이 나무그림의 눈을 확 잡아채었답니다.

다비드란 화가는 신고전주의화가라고 합니다. 신고전주의란 그 이전의 바로크, 로코코니 해서 그림이 그 색채 형태 내용 등 모든 요소에서 너무 과장되고, 치장을 많이 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리스 로마 시대의 그림이나 사상 등을 동경하는데서 시작된 양식이랍니다.

쉽게 말하자면 가장 정형화된, 가장 이상적인 어떤 모델을 제시하는 사조라고 보면 됩니다. 즉 그가 그린 그림 속 인물의 몸매는 그래야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정형이고, 그가 그린 그림의 색채는 이런 저런 규칙에 맞추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이상에 맞춘 것으로 보면 되지요.

해서, 그의 그림은 하나같이 깔끔하고 마치 조각상을 그대로 본 따 그린 것처럼, 어떻게 보면 무시무시할 정도로 차갑고 정돈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이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그의 그림들은 보면 볼수록 좋아지는 게 아니라, 지겨운 느낌들이 슬슬 듭니다. 그의 그림은 그냥 대리석 조각이지, 대체 사람처럼 안 보인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 듯 합니다. 붓 자국도 하나 남기지 않는 용의주도함. 바로 그것이 그의 그림을 가장 아름답게 하는 요소이자, 가장 질리게 하는 요소가 된 셈이죠.

나무그림이 보따리 다 싸놓고 이제 돈 계산을 기다리는 아줌마에게 소위 그 팁이란 걸 얼마를 주어야 하나 머리 굴리고 있을 때, 이미 끝나가고 있는 귀부인(?)의 생활, 그 말로를 짐작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그림은 그림일 뿐입니다. 나무그림은 이 그림의 그 우아한 귀족을 꿈꾸어 보지만, 겨우 3주 천하였을 뿐입니다. (cyberjubu.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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