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과 2012년 사이
2011년과 2012년 사이
  • 노영필 전남고, 철학박사
  • 승인 2011.12.19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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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갈무리할 때입니다. 12월을 보내기 전에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겠지요. 누구나 작년 이맘 때 쯤을 생각하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것입니다. 저 또한 한 해 동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생각의 단상들을 졸고로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두서가 없는 글을 내놓을 때마다 염치없는 내용에 한 없이 마음이 불편하였습니다. 아쉬웠던 몇 가지 화두를 챙기며 한해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제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겸손’입니다. 한두 가지 짧은 지식을 가지고 안다고 서두르거나 우기는 일이 많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고 공부하는 사이 지식이 쌓여가는 것이겠지요. 아이들에게 공부도 겸손해야 잘 한다고 말하곤 하였지만 정작 교사인 나는 늘 아이들을 가르치기만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교사는 아니었나 되돌아봅니다. 아이들로부터도 배우겠다는 겸손한 교사가 되어야겠습니다.

두 번째로 떠오르는 화두는, ‘소통’입니다, 소통이 막힘없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말문이 막히는 답답한 세상에 살다보니 그럴까요. 팟케스트 1위의 인기를 타고 있는 ‘나는 꼼수다’는 불통에 대한 새로운 갈증을 증명하는 현상입니다. ‘나꼼수’는 듣고 싶은 사람들만 찾아듣는 일방통행의 소통방식이지만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떠들고 싶었겠습니까. 신문권력의 종편 가세로 방송언론이 다양해졌는데도 사람들이 왜 그토록 ‘나꼼수’에 매료되는지를 반추해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로 ‘감성’이 풍부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공부를 잘 하던 학생이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몬 패륜의 극단적인 사건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의 불명예를 지닌 작금의 우리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이들과 나누는 첫 번째 대화내용은 성적입니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중적인 매체를 통해 날마다 전달되는 사건사고도 모두 교육입니다. 세상만한 교과서가 없습니다. 어른들이 이익만 쫓는 삭막한 경쟁현실에서 아이들은 당연히 여유를 건강한 사고와 정서를 가질 수 없습니다. 아이들을 보면 위기의 우리 사회를 금방 목격할 수 있습니다. ‘짜증난다’는 단어를 수도 없이 뱉어내며 금방 날카롭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그것입니다. 아이들에게 풍요로운 감성을 심어줄 수 있는 사회를 꿈꿔봅니다,

마지막으로 ‘자연성’이 살아났으면 합니다. 자연은 모든 문제의 치유책입니다. 환경을 수단으로만 생각하면서 인간의 오만함이 만들어낸 지구환경의 재앙, 이해관계로 인해 수도 없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받는 심리적 압박 등을 바르게 해소하는 길은 인간 안에 잠들어 있는 자연의 본성을 회복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연의 이치를 알게 되면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자연 속에 양보와 존중에 대한 미덕이 담겨있습니다. 자연성을 외면한 채 인공적인 조작이 계속되는 한 아이들에게 세상을 잘 못 보게 만드는 착시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내년 2012년은 정치의 해입니다. 총선과 대선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교육의 장이 될 것입니다. 너도나도 선량이 되겠다고 나설 때 유권자들로선 겸손한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벌써부터 어리석은 파당적 행태를 봅니다. 세상은 변해 가는데 기존의 아날로그적 조직으로 디지털 조직을 이기겠다는 어리석은 노익장은 젊은 세대의 조롱거리가 될 것입니다. 수공업적인 친불친호불호 태도로 사람을 묶고 그것이 조직의 위세라고 나선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입니다. 겸손한 사람이 나서야 함에도 그 자리에 선 사람들은 애초부터 겸손해 보이지 않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시민들이 그 옥석[겸손한 인물]을 얼마나 가려내 줄 것인지가 내년에 있을 선거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선량 속에 옥석은 자연생명의 존귀함을 진심으로 아는 사람이 아닐까 반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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