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살리는 커뮤니티 비즈니스(4-1) - 마을이 세계로 - 이탈리아 커뮤니티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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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상기 대표이사
  • 승인 2011.12.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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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냐시, 뒷골목 공방 협동조합으로 두번째 부자 도시에

▲ 이탈리아 볼로냐 시의 장인 중소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수제품들은 선별해 CNA에서 운영하는 조합판매점에서 선보인다.
이탈리아 북부 내륙에 위치한 도시 ‘볼로냐’는 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위치했다는 이유로 ‘현자의 도시’로, 볼로냐의 기름진 음식들을 빗댄 별명인 ‘뚱보들의 도시’로도 불린다.

가장 유명한 별명은 ‘붉은 도시’이다. ‘붉은 도시’라는 별명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볼로냐 대부분의 집들이 붉은 색 벽돌로 만들어 졌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볼로냐의 좌파 정치 성향 때문이다.

1999년에 중도 우파 성향의 시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볼로냐시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인기가 높은 도시였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볼로냐시가 가장 많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창조도시로서의 도시 모습이다.

볼로냐시에는 변변한 대기업이 하나도 없지만 볼로냐 시민들은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이탈리아는 1990년대 선진국 중 최악의 적자를 안고 있었지만, 2000년도 국가 파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볼로냐시를 모델로 해 창조도시를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창조도시의 모델이 된 볼로냐는 이탈리아 내에서 사업체가 가장 많다. 인구 10명 당 사업체 1개 꼴이다. 볼로냐 외곽까지 전체 약 100만명의 인구 중 실업률은 2009년 말 기준으로 2.7%에 그치고 있다.

2009년 말 이탈리아의 평균 실업률이 7.7%임을 감안하면 볼로냐시의 실업률은 매우 낮다.
이탈리아 1인당 GDP는 2만5,861유로지만 볼로냐 지역은 1인당 GDP가 3만5,618유로로 1만유로 가량 많으며, 여성의 노동참여율도 이탈리아 평균(46.6%)을 훌쩍 뛰어넘는 65%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보다 ‘협동조합’ 더 익숙

이처럼 변변한 대기업이 하나도 없는데 창조도시로 주목받으며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배경은 작지만 강한 공방형 중소기업들이 협동조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지만 강한 공방형 소기업은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배우 현빈(김주원 역)이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만든…”이라고 표현했던 장인기업이다.

작은 공방형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수공업연합회(CNA)라는 네트워크 협동조합을 형성해 세계를 상대로 기획, 홍보, 마케팅을 펼쳐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공방형 기업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시가 금융과 박람회 전시 등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CNA는 1945년 4월 창립됐다. 당시의 볼로냐시는 이탈리아 전체 도시 가운데 가장 낙후돼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실업자에 대한 구제방안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필요한 자원을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 끝에 CNA가 탄생했다.

CNA의 노력으로 1956년 협동조합을 인정하는 법이 제정됐고, 이로 인해 협동조합에 가입한 공방형 중소기업의 세금이 인하되고, 협동조합이 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볼로냐시에는 이러한 협동조합이 100여개나 된다. 이탈리아 정부가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기 전인 1959년 CNA는 자체적으로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또 미용학교를 설립해 기능인을 양성하는가 하면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며 공방형 중소기업을 육성했다.

사회운동도 주도할 정도로 CNA는 볼로냐시의 경제와 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작지만 강한 공방형 중소기업을 네트워크로 형성하는 전략은 ‘볼로냐 공법’으로 만들어진 수제 구두나 핸드백과 같은 세계적인 명품을 탄생시켰다.

도심 뒷골목의 개성 있는 공방들은 세계 수준의 명품을 생산하면서 볼로냐 시가 이탈리아 제2의 부자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고, 생산력이 왕성한 창조도시가 될 수 있었다.

▲ 이탈리아 볼로냐 시의 장인 공방에서 판매하는 수제화. 수제화 한 켤레 제작에 2~3개월이 걸린다.
볼로냐시의 시민들은 ‘시장에 간다’는 말보다 ‘협동조합에 간다’는 말이 더 익숙하다고 말할 정도로 협동조합의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 볼로냐의 협동조합 경제의 비율이 45%를 차지할 정도로 주민들의 참여가 높다. 시민들도 소비자 협동조합에 가입해 마일리지 혜택과 신뢰 깊은 제품을 사용하며, 소비자 협동조합에서 실행하는 간단한 예금 수신 업무를 이용하기도 한다.

한국의 소비자 협동조합과 다른 점은 협동조합에서 공산품도 취급하는 등 대규모 마트부터 작은 가게까지 다양한 조합이 있다는 것이다.

볼로냐 시의 협동조합은 때로 자회사 기업을 두기도 한다. 한 예로 그라나롤로(Granarolo)는 한 낙농 협동조합이 세운 낙농 기업이다. 조합원이 1,000명에 이르는 이 기업은 이탈리아에서 우유시장 점유율 1위, 요구르트 점유율 2위를 기록한다.

전 시가지 화랑처럼 구석구석 연결

이 회사의 주요 기능은 제품 품질을 고르게 유지하고, 출하 가격을 조절하는 일이다. 직원들끼리 경쟁구도가 아닌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서로 힘을 합해 여유로우면서도 일정 정도 품질을 유지하는 일을 한다.

또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해두는 것도 이러한 기업의 특징이다. 그라나롤로의 경우 2004년부터 10년 계획으로 탄자니아 농민들을 교육해 낙농 기술을 전파하고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을 돕고 있다.

이외에도 협동조합의 많은 기업들이 시민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 하는 등 시민들을 위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중세 르네상스 및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이 잘 보존된 볼로냐시는 1970년대부터 시 외곽에 기계제조기업들이 들어서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시작돼 ‘역사적 건축물 보존과 재생’이라는 볼로냐 방식의 도심 재생전략을 수립했다.

1985년부터 도심을 6구역으로 나눠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과 복원, 활용방안을 세밀하게 짰다. 시청 앞 마조레 광장에서 ‘두개의 탑’과 볼로냐대학으로 이어지는 축을 따라 뒷골목 구석구석에서 생겨난 예술 공방형 기업들은 도심 재생의 가장 큰 힘이 됐다.

특히, 볼로냐가 지난 2000년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추진된 ‘볼로냐 2000프로젝트’는 도심 건축물의 외관은 보존하되 내부는 첨단 문화공간으로 바꿨다. 중세 귀족들의 저택은 대규모 이벤트나 회의장으로 변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볼로냐시는 국제아동도서전, 타일 인테리어 국제전시회 등 세계적인 컨벤션과 이벤트를 개최하는 박람회 도시로 발돋움 했다.

볼로냐 시에는 걷고 싶은 아름다운 거리가 있다. 도심에 있는 모든 건물의 1층마다 처마가 보도까지 뻗어나가 전 시가지를 화랑처럼 구석구석 연결해주고 있다. 비가와도 햇볕이 강해도 건물의 복도를 걷는 것처럼 편하게 도심을 활보할 수 있다.

이러한 아치형의 독특한 화랑은 포르티코(portico)라고 부른다. 건물의 미학적 깊이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로마, 피란체, 밀라노 등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볼로냐 시만의 방식이다. 포르티코는 오래된 건축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도심에 새로 건물을 지을 때도 사유지를 일부 개조해서라도 포르티코를 만드는 것을 의무화 했다. 다양한 형태의 포르티코는 볼로냐시의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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