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은 대기업 마케팅으로 인해 빼빼로데이로 전락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더 의미 있는 날이 가득하다. 농업인의 날·가래떡데이·지체장애인의 날을 비롯해 젓가락의 날, 보행자의 날, 해군창설기념일 등 여러 사람에게 의미를 부여해 아마 365일 중 가장 많은 기념일을 가진 행복한 날이 아닐까 싶다.
사랑과 우정을 확인(?)하는 빼빼로데이
11월 11일을 대표하는 것을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빼빼로’를 연상시킨다.
빼빼로 데이는 90년대 중반 부산지역 여중생들이 숫자 1처럼 키 크고 날씬해지기를 기원하며 숫자 1과 닮은 빼빼로를 11월 11일에 서로 주고받던 것에서 시작됐다.
특히나 올해는 단순한 11월 11일 아닌, ‘11년 11월 11일’을 강조하며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고도 불린다.
광고를 통해서도 “이번 빼빼로데이를 놓치면 천년을 더 기다려야 된대요~”라고 말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A편의점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점장은 “빼빼로데이 보름 전부터 빼빼로를 진열했다”며 “유명제과의 제품은 물량이 부족해서 많이 납품하지 않을 정도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8일 롯데제과에 따르면 2010년 빼빼로 매출은 약 750억 원이며, 올해는 10% 이상 성장한 85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기념일이 됐다.
십(十)과 일(一)이 만나 ‘흙 토(土)’, 농업인의 날
친구와 연인들이 ‘하하호호’ 웃으며 빼빼로를 주고받는 반면 씁쓸함을 맛봐야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농민들이다.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 모르는 유행에 밀려 뒷전이 되 버린 농업인의 날 또한 11월 11일이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농업인의 날이 11월 11일인 이유는 한자 11(十一)을 합치면 흙 토(土)가 되기 때문이다.
농업인의 날은 원홍기 전 축협 대표 등의 주도로 1964년부터 개최됐다. 원 대표가 살던 강원도 원주시 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지던 행사는 1996년 정부 지정 공식 기념일이 됐다.
그러나 지금 농민들은 ‘농업인의 날’을 즐길 수 없다. 정부의 쌀값 정책으로 전국곳곳에서 공공비축미 폐지·국가수매제 도입 등 농민의 요구를 확실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들에겐 즐거울 수만은 없지만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농민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듯 빼빼로데이를 대신하기 위해 생긴 가래떡데이가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가래떡 데이는 2003년 안철수연구소에서 11월 11일을 빼빼로 대신 가래떡을 먹는 가래떡 데이로 지정한 회사 행사가 시발점이 됐다. 이후 점차 확산돼 농림부에서도 가래떡데이를 농업인의 날 행사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처음으로 ‘2011 가래떡데이 상품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국적불명의 여타 기념일과 달리 우리 쌀을 주제로 쌀 소비를 촉진시키며 스스로 건강한 기념일을 만든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가래떡 오피스 어택(office attack)’ ‘게릴라 마케팅’ ‘가래떡 인증사진 올리기’ 등 이벤트를 진행해 젊은 층에게도 쉽게 가래떡 데이를 알리기 위해 힘썼다.
당당히 일어서자, 지체장애인의 날
11월 11일은 지체장애인의 날이기도 하다. 지난 2001년 지체장애인협회는 이날을 ‘지체장애인의 날’로 선포했다.
지체장애란 골격, 근육, 신경계 중 어느 부분에 질병이나 외상으로 인한 신체기능 장애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 2000년 실시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체장애를 가진 환자는 전체 장애인의 42%를 차질할 정도다
이에 전국의 지체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일어서고, 단합된 모습으로 진정한 복지사회를 실현하자는 의미로 11월 11일을 지체장애인의 날로 지정해 매년 ‘전국지체장애인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그들만의 행사로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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