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드롬
안철수 신드롬
  • 노영필 전남고,철학박사
  • 승인 2011.09.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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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통합 무산에 부쳐
최근 정치권을 휩쓴 톱뉴스는 혜성같은 안철수교수의 등장이 아닐까 싶다. 누구는 쇼셜네트워크 페이스북에 안철수교수의 등장을 마치 LG와 삼성이 휴대폰시장에서 국제 감각을 갖추지 못하고 국내에서만 안정적으로 다투고 있는 사이, 어느 날 갑자기 미국의 스티브잡스가 아이폰 3를 들고 나와 시장을 발칵 뒤집어엎은 일에 비유했는데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의 요구와 희망을 수렴하지 않고 정략적인 싸움질에만 눈이 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출마러시를 이루고 있는 데 일침을 놓은 대사건이었다.

게다가 안교수는 그가 어떤 옷을 입고 나올지가 여론의 초미의 관심사일 때 한 술 더 떴다. 여론조사 지지도 50%였던 안교수가 지지도 5%의 박원순 아름다운가게상임이사에게 조건 없이 양보하고 출마를 철회한 것이다. 정치권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갈증을 느끼고 있는 양보의 미덕을 실천해낸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한켠에서 벌써 의심의 눈초리로 곱지 않게 보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그래서 그답게 다시 못을 박았다. 대선출마와 관련된 질문 앞에 "가당치도 않다. 사실 생각해볼 여유도 없다."고 말한 것이다.

필자는 안철수교수가 정치를 하던 안하던 관심이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건강한 이념논쟁이 성숙되어 있지 않은 여건에서 던져진 화두라는 데 더 관심이 간다. 진보세력은 진보세력대로 대중과 함께 하는 논쟁을 가져가지 못하고, 보수는 보수대로 합리성이 결여된 고집을 피우는 상황인 답답한 현실이라 그만큼 더 흥미진진하다. 이번 일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져가야 할 공생적 가치를 묻고 합리성을 세우려는 그의 대의가 단연 관심을 끈다. 안교수가 보여준, ‘안교수’로 이해되는 아이콘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쏟아지는 호사가들의 입방아는 안교수에 대한 정치적인 해석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보수이던 진보이던 모두 아전인수식의 태도일 뿐이다. 그러나 안교수가 던진 일갈은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성숙된 가치문제였고 상식적인 사회정의의 문제였다. 안교수는 왜 국민들이 현실정치에 대한 불만과 갈증을 갖고 있는지 그 지점을 정확하게 꿰뚫어 본 것이다. 정치와 별개로 묵은 체증을 푼 것처럼 통쾌하지 않는가.

필자는 그에게서 원효의 “모든 종파, 모든 사상을 분리시켜 고집하지 말고, 보다 높은 차원에서 하나로 종합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던 원융회통(圓融會通)의 멋을 공감한다. 몇 일전 진보신당은 통합을 이뤄내지 못했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었다. 필자에게는 안교수의 양보가 진보개혁세력마저도 정파적 입장을 대중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점을 단호하고 시의적절하게 지적해 주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창당 논의 안에서 정체성이 다른 국민참여당을 동참시키지 못한 채 그보다 더 낮은 입장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 것인가? 문제는 반대를 끌어안으려는 자세와 의지가 부족한 데 있다. 진보는 분열로 죽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안교수의 정치 이념과 노선이 더욱 신선하다.

최근 들어 진보개혁세력에게 쏟아지는 많은 기대의 시선들을 의식해야 한다. 예컨대 2007년 대선 당시 한 대통령의 ‘절차와 정의가 바로 서야 한다.’는 진솔한 고백을 정파적인 분열적 태도 때문에 너 나 없이 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지 않았던가. 참으로 안타까운 기억이다. 제발 안교수의 행보에 대해 풍차와 싸우는 돈키호테 같은 기사쯤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다. 다양한 입장 차이를 놓고 격론을 벌일 필요는 절실하게 있다. 토론 없이는 한 치도 발전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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